9회로 향하는 길목이 가장 험준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유독 8회만 되면 승부의 추가 크게 흔들린다. 경기 후반의 핵심 승부처가 불펜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10개 구단 투수진의 이닝별 성적을 보면 29일까지 8회 피OPS는 0.785로 1~9회 가운데 가장 높았다. 피OPS는 상대 타자에게 허용한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수치다. 높을수록 주자를 자주 내보내고 장타도 많이 맞았다는 뜻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8회가 가져다주는 공포감은 유독 선명하다. 8회에만 나온 실점은 510점으로 이닝별 최다였다. 피홈런 89개와 볼넷 414개도 가장 많았고, WHIP(이닝당 출루 허용) 역시 1.60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7회 0.773이던 피OPS가 8회 정점을 찍은 뒤 마무리 투수가 주로 나서는 9회엔 0.724로 떨어진다.
접전에선 마운드 위 중압감이 한층 커질 터. 이 여파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올 시즌 투수들의 리그 3점 차 이내 8회 성적표는 평균자책점 5.68, WHIP 1.71, 피OPS 0.812다.
무엇보다 8회는 선발 투수가 물러난 뒤 승부처를 책임지는 셋업맨의 시간으로 통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서 2002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마이크 소시아 전 LA 에인절스 감독은 “8회를 정리하는 투수도 마무리만큼 큰 압박을 받는다”며 이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꼭 리드 상황서만 마운드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동점이나 근소하게 뒤진 상황에서 중심 타선을 상대하거나, 앞선 투수가 남긴 주자를 안고 등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마무리를 일찍 꺼내 들기도 쉽지 않다. 마무리까지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셋업맨의 공 하나가 경기 흐름은 물론, 남은 불펜 운용까지 좌우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는 팀은 KT다. KT의 8회 평균자책점은 7.22로 리그 최하위다. 더불어 피OPS는 0.877, WHIP는 1.86까지 치솟았다. 이 이닝서만 66점을 내줘 8회 최소 실점 팀 삼성(31실점)의 두 배를 넘었다.
팀 내 8회 가장 많은 111타자를 상대한 한승혁도 고전했다. 3점 차 이내 8회에서도 77타자를 상대로 피OPS 0.992를 허용했을 정도다.
한승혁은 올 시즌 셋업맨 역할을 맡고 있지만, 35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6.68에 그치는 등 부침에 시달렸다. 직전 10경기 평균자책점은 9.90에 달했다.
비단 KT만의 고민은 아닌 듯하다. SSG는 8회 61실점, NC는 59실점, 한화는 58실점을 기록했다. 한화의 8회 WHIP은 1.82에 육박한다.
접전에서 믿고 내보낸 투수들도 좀처럼 안정감을 보이지 못했다. 3점 차 이내 8회서 임지민(NC)은 61타자를 상대로 피OPS 0.961, 이상규(한화)는 55타자를 상대로 0.815를 기록했다. 같은 기준서 노경은(SSG)은 52명의 타자에게 피OPS 1.073 성적에 그쳤다.
반대편엔 ‘최강 불펜’을 자랑 중인 삼성이 있다. 삼성의 8회 평균자책점은 2.72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았다. 실점도 31점에 그쳤다.
이 중심에 서 있는 이승민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사자 군단서 8회에 가장 많은 64타자를 상대했고, 이 시기 단 한 번도 아직 실점한 적이 없다. 나아가 올 시즌 전체로 봐도 37경기서 34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59를 작성 중이다.
8회를 건너지 못하면 승리 공식은 완성되기 어렵다. 치열한 순위 싸움 속 마지막 아웃카운트로 가는 다리를 누가 단단하게 놓느냐가 10개 구단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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