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호랑이’는 옛말이다. 월드컵서 발톱을 세우지 못한 한국 축구는 세계 랭킹에서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4년6개월 만의 최저인 32위까지 밀린 데다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9일 업데이트한 남자 축구 실시간 세계 랭킹에서 한국은 1558.72점으로 32위에 자리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2월 33위 이후 대표팀이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다.
2026 북중미 월드컵서의 조기 퇴장이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2패에 그쳐 48개 참가국 가운데 34위로 대회를 마쳤다.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2-1로 역전승했지만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잇달아 0-1로 졌다. 특히 조 최약체로 평가받던 남아공전 패배로 FIFA 랭킹포인트를 무려 33.03점이나 잃었다. 체코전 승리로 수확한 20.92점보다 손실이 크다. 이변의 희생양이 된 대가가 그만큼 혹독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고 했다. FIFA는 지난 4월부터 A매치 결과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순위를 공개 중이다. 경기의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가 다른 만큼 평가전이나 월드컵 지역예선보다 본선 승패가 랭킹에 미치는 영향이 클 터.
실제로 낙폭이 가파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당시 22위였고, 대회 개막 직전만 해도 25위였다. 6개월 사이 10계단, 월드컵 세 경기를 치른 뒤에만 7계단이 내려갔다.
손흥민(LAFC)과 이강인(PSG),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포지션별 간판선수를 앞세워 높여온 대표팀의 위상도 덩달아 휘청인다. 2018 러시아 대회 직후 57위였던 한국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렸고, 2022 카타르 대회 직후 25위까지 도약했다.
벤투 전 감독과 결별한 뒤부터가 문제다. 위르겐 클린스만, 홍명보 전 감독을 거치는 동안 대표팀의 경기력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켜왔던 20위권마저 이번 조별리그 탈락과 함께 무너졌다. 한국 축구가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시아 대륙서도 체면을 구겼다. 한국은 일본(17위), 이란(21위), 호주(28위)에 이어 네 번째로 내려앉았다. 특히 일본은 우승 후보 네덜란드와 2-2로 비기는 등 경쟁력을 보여주며 이번 대회 32강에 올랐다.
32위가 밑바닥이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보다 아래에 있는 스웨덴(36위), 파라과이(37위), 콩고민주공화국(41위)이 토너먼트 경기를 치른다. 이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의 순위가 더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드컵서 드러난 경쟁력 약화가 세계 랭킹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 축구가 이 뼈아픈 성적표를 반등의 출발점으로 바꿀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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