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위에 울려 퍼진 종료 휘슬, 한국 축구서 전면 개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을까.
홍명보호의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직후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감독의 전술과 경기 운영에 집중됐던 비판은 협회의 인사와 의사 결정 구조, 책임 체계 전반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1승2패(승점 3)에 그쳤다. 조 3위 국가 가운데 상위 8개 팀에 들지 못해 32강 진출에 실패했고, 48개 참가국 중 34위로 대회를 마쳤다. 나아가 이번 탈락을 단순한 성적 부진이 아니라 축구 행정의 누적된 실패가 드러난 결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것은 사격 국가대표 출신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다. 진 의원은 29일 국회 기자회견서 “월드컵에서 마주한 굴욕적 참사는 결코 우연이 아닌 예견된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24년 9월 홍 감독 선임 과정의 밀실 야합과 조직적 은폐 의혹을 제기했지만, 협회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궤변으로 국회와 국민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년 전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한 결과가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며 정몽규 협회장 체제 수뇌부 전원 사퇴와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 정부와 대한체육회의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정 회장과 홍 감독 개인의 사퇴만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치권의 비판엔 여야가 따로 없는 듯하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SNS를 통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협회 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지난 28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결과를 “조직과 인사의 실패”로 규정하며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주문하고 체육 행정 개혁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곧장 축구 행정 전반의 쇄신을 약속했다. 전문가 위원회를 꾸려 대표팀 운영과 협회 행정을 조사하고, 확인된 무능과 부실에는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협회를 감시하고 견제할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유소년 육성, 심판 역량, 기술 인프라까지 다시 설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강도 높은 쇄신 요구의 배경엔 그간 쌓인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 선임과 경질,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승부조작 연루자 사면 추진, 홍 감독 선임의 공정성 논란 등으로 잇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때마다 변화를 약속했지만 조직 운영과 의사 결정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단순히 감독 문책 정도만으로 이번 사태를 매듭지어서는 안 된다”며 “한국 축구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의사 결정 구조와 감시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정치권도 일회성 질타에 그치지 말고 같은 실질적인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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