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은 145㎞ 직구’ 고효준, 3K 세이브로 25년 현역 생활 마침표

사진=울산웨일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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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안녕’, 이보다 어울리는 엔딩 장면이 있을까.

 

마지막 공은 시속 145㎞의 직구였다. 고효준(43·울산웨일즈)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정든 마운드에 큰절을 올리며 25년 야구 인생을 매듭지었다.

 

프로야구 최고령 현역 선수 고효준이 28일 울산 문수야구장서 열린 롯데와의 퓨처스리그 경기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본인의 은퇴식날, 울산이 2-0으로 앞선 9회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6번째 세이브까지 챙겼다.

 

시작부터 거침없었다. 선두타자 유제모를 4구째 슬라이더로 돌려세운 뒤 조민영에게는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체인지업을 던져 연속 삼진을 잡았다.

 

롯데 퓨처스팀(2군) 4번타자 김동현에게 초구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김민성 상대로는 풀카운트까지 맞선 끝에 몸쪽으로 직구를 꽂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완성했다. 구장 전광판에 145㎞ 숫자를 아로새긴 순간이다.

 

사진=UBC울산방송 스포츠 U LIVE 캡처
사진=UBC울산방송 스포츠 U LIVE 캡처

 

경기를 매조진 고효준은 먼저 친정팀인 롯데 더그아웃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어 도열한 울산 동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후배들은 그를 힘껏 헹가래 쳤다.

 

모든 작별을 마친 고효준은 다시 마운드를 바라봤다. 그라운드에 두 손과 무릎을 대고 큰절을 올리며 25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출발과 도착에는 롯데가 있었다. 고효준은 2002년 롯데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SK와 KIA, 롯데, LG, SSG, 두산을 거쳤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상대도 자신에게 첫 기회를 준 롯데로 정했다. 그는 “프로 생활을 시작한 팀을 상대로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시즌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퓨처스리그 신생팀 울산에 합류해 34경기 34이닝을 던지며 2승2패 6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했다. 최고령 승리와 세이브, 홀드 기록을 차례로 새로 썼고, 경기장 밖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을 이끄는 버팀목이 됐다.

 

사진=울산웨일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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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우승의 기억보다 평범한 야구장의 일상이 오래 남았다. 고효준은 “SK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와 KIA에서 우승한 순간이 먼저 떠오른다”면서도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보낸 하루하루가 가장 소중했다. 돌아보니 나는 정말 야구를 사랑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감사한 지도자로는 김성근 전 감독을 꼽았다. 그는 “제 야구 인생을 완전히 바꿔주신 분이자 선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부모님과 아내, 일곱 살 딸도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아빠가 뛰는 모든 팀을 자신의 팀이라 불렀던 딸은 은퇴 소식에 누구보다 서운해했다고 한다.

 

고효준은 이제 인천서 김태훈 코치와 야구 아카데미 지도자로 새 출발을 준비할 계획이다. 방송 활동에도 문을 열어뒀다.

 

그는 “야구를 정말 사랑했고,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즐기며 웃으면서 떠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야구인으로서 한국 야구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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