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간절했던 ‘라스트댄스’, 손흥민(LAFC)은 단 한 번도 포효하지 못한 채 월드컵 무대를 떠나게 됐다. 28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면서, 손흥민의 여정도 막을 내렸다.
손흥민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였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 출전했지만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4번째 월드컵에 나선 손흥민이 침묵한 건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한 골만 더 넣었다면 통산 월드컵 4골로 한국인 역대 최다 득점 단독 1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쳤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공간 침투 능력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총 7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유효 슈팅은 한 개에 불과했다. 특히 멕시코전에서는 양 팀 통틀어 가장 적은 19번의 볼 터치를 하며 날카로운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출전 시간도 줄었다. 손흥민은 3경기에서 평균 57분을 소화하는 데 머물렀다. 체코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후반 24분, 멕시코전에서는 후반 12분에 교체됐다. 마지막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는 아예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후반전 조커로 투입되는 낯선 상황까지 받아들여야 했다.
이번 대회는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일 가능성이 높다. 4년 뒤 만 37세인 손흥민이 월드컵 나설 확률은 높지 않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대표팀에서의 여정을 정말 멋지게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굳은 의지를 표현한 바 있다.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준비했다. 손흥민은 월드컵 개막을 약 10개월 앞두고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무대로 이적했다. 10년 동안 몸담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을 떠날 정도로 과감한 선택을 했다. 월드컵이 열리는 미국 환경에 일찌감치 적응해 최고의 컨디션으로 대회를 맞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손흥민은 LAFC 입단 첫 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맹활약하며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이라는 금자탑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이운재 베트남 축구대표팀 골키퍼 코치 등 한국 축구의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정작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여기에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터졌다.
손흥민의 멈춤과 동시에 한국 축구의 고민이 시작된다. 손흥민을 이을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다. 손흥민은 단순한 골잡이가 아니다. 오랜 기간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에이스이자 선수단을 하나로 모은 정신적 지주다. 월드컵을 앞두고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던 오현규(베식타시)는 체코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두 경기에서는 침묵했다. 이강인(PSG)은 뛰어난 경기 조율 능력과 뛰어난 침투 패스 능력을 갖췄지만 손흥민처럼 득점을 책임지는 유형은 아니다.
손흥민과 동갑내기인 부주장 이재성(마인츠) 역시 다음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한국 축구는 이제 차기 월드컵 무대에서 부활과 손흥민의 공백을 동시에 메워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몬테레이=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