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라쿠카라차] “꼬레아” 울려 퍼진 몬테레이 뜨거웠던 함성… 차갑게 식었다

한국 응원단 붉은악마가 25일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남아공전에서 대형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응원단 붉은악마가 25일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남아공전에서 대형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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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체이슨 씨와 윤나래 씨. 사진=김진수 기자
스티븐 체이슨 씨와 윤나래 씨. 사진=김진수 기자

 

붉은 물결과 ‘꼬레아’로 가득 찼던 몬테레이 스타디움, 그 뜨거웠던 열기는 패배와 함께 차갑게 식었다.

 

25일 한국과 남아공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이 열린 몬테레이 스타디움. 킥오픈 3시간 전 섭씨 33도, 체감온도 37도의 무더운 날씨였지만 월드컵을 즐기기 위한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분위기는 한국의 홈그라운드 같았다. 경기장 주변 곳곳에서는 “꼬레아! 꼬레아!”가 울려 퍼졌고 한국인 팬들과 멕시코 팬들은 서로 음료수 잔을 들고 어울리며 사진을 찍었다.

 

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응원 머리띠를 한 채 설렘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주재원 정문기 씨는 “회사 직원 40여명과 함께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라며 “이곳에서 한국 경기를 보는 건 처음이다. 자녀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아내 이선아 씨, 정시온 양과 온유, 정온 군도 모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왔다.

 

미국 뉴욕 교민 윤나래 씨는 “손흥민이 두 골을 넣길 기대하고 있다”며 “몬테레이 방문은 처음인데 한국 사람들이 많으니 행복하다”고 웃었다.

 

한국인 팬들이 몰린 이유가 있다. 몬테레이에는 인접주까지 합쳐 인근 300개의 국내 기업이 몰려 있다. 교민 수도 5000여 명에 이른다. 이날 최소 2000여명이 넘는 한국인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멕시코 축구 팬들도 빼놓을 수 없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전에서 한국을 응원했던 멕시코 팬들은 자국 대표팀과 한국이 맞붙자 철저하게 야유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날 남아공전에서는 다시 한국의 팬으로 돌아왔다.

 

멕시코인 안나 씨와 사촌 오빠 안드레스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멕시코인 안나 씨와 사촌 오빠 안드레스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몬테레이에서 차로 약 40분 걸리는 살티요에서 온 안나 씨는 태극마크와 한글로 “오늘도 내가 주인공!”이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왔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을 응원하러 왔다”며 “K팝을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한국어 수업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이 온 사촌 오빠 안드레스 씨는 “멕시코와 한국이 맞붙었을 때는 멕시코를 당연히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라면서도 “오늘은 한국을 힘껏 응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경기장 분위기도 한국의 분위기였다. 경기장 곳곳에 붉은악마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 선발 명단이 전광판에 나오자 멕시코 팬들도 큰 함성을 쏟아냈다. 단 하나,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전광판에 소개되자 야유가 쏟아졌다. 뭔가 불안함이 감지됐다.

 

결국 이는 현실이 됐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고,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 전광판에 홍 감독이 잡히자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는 경기력에 대한 불만이 섞인 야유가 터졌다. 후반 남아공에 선제골까지 내주면서 관중석에는 탄식마저 번졌다. 결국은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 대표팀은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뜨거웠던 몬테레이의 열기도, ‘꼬레아’라는 외침도 패배와 함께 차갑게 식었다.

 

몬테레이=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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