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2패, 2골3실점.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경기를 마친 한국 축구대표팀의 처참한 성적표다.
한국은 25일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끝난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12일 체코전(2-1)을 시작으로 19일 멕시코전(0-1), 이날 남아공전까지 1승2패에 그쳤다. 결국 승점 3으로 A조 3위에 자리했다. 32강 진출을 확답할 수 없는 위치다. 한국의 최종 목표가 원정 16강 진출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쓰라린 결과다.
월드컵은 ‘전 세계인의 축제’라고 불릴 정도로 큰 대회다. 큰 무대일수록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흔히 ‘선빵 필승’이라는 말이 있다. 먼저 주도권을 잡으면 유리하다는 의미다. 물론 축구를 싸움에 비유할 수는 없지만, 월드컵 같은 단기전에서는 선제골이 그만큼 중요하다. 경기 흐름은 물론 선수들의 심리 상태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세 경기 모두 먼저 한 방을 맞았다. 실점 방식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체코전에서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며 실점했다. 멕시코전에서는 김승규(도쿄)와 이기혁(강원)의 콜 미스가 화를 불렀고, 남아공전에서는 역습 상황에서 뒷공간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을 처음 이끌었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6실점을 허용하며 아픔을 겪었다. 이후 실패를 교훈 삼아 스리백 전술을 1년가량 실험하며 다듬어왔다. 결과는 4실점으로 바뀌었지만, 스리백의 고질적인 약점은 보완하지 못했다. 스리백을 사용하는 한국은 윙백들의 공격 가담 비중이 크다. 공격 시에는 강점이 되지만 역습 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돌아온다. 윙백들이 전진한 뒤 생기는 측면 공간은 상대가 가장 쉽게 노릴 수 있는 지점이다. 실제로 한국은 조별리그 내내 이 약점을 노출했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도 과락에 가까웠다. 세트피스 위력은 부족했고 중원 장악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리백 체제에서 중원이 고립되니 공격 연결이 뚝뚝 끊겼다. 그 결과 손흥민(LAFC)과 이강인(PSG)은 공격 지역보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더 자주 공을 만졌다. 파이널 서드에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선수들이 빌드업 부담까지 떠안은 셈이다. 체력 소모가 많아지니 공격의 날카로움도 떨어졌다. 더불어 중원 고립은 최전방까지 외롭게 만들었다. 실제로 남아공전에서 선발 출전한 오현규(베식타시)는 이날 72분을 뛰면서 볼터치 20회에 그쳤다.
이날 남아공은 이런 한국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한국의 중원으로 패스가 들어오는 순간 두세 명이 동시에 압박하며 한국의 공격 전개를 차단했다. 한국은 중앙 공략이 막히자 측면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에 의존했다. 후방에서 시도한 전진 패스마저 차단당했고, 압박을 벗어나려다 공을 빼앗기는 장면도 반복됐다. 이는 곧바로 역습의 빌미가 됐다. 악순환이 반복된 셈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 동안 같은 문제를 반복했다. 이 사이 상대들은 한국의 약점을 정확히 공략했지만 한국은 끝내 해법을 찾지 못했다. 1승2패라는 성적표는 우연이 아닌 필연에 가까운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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