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겨도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승리한다는 마음뿐이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전술 딜레마’에 빠진 손흥민(34·LAFC)과 손을 잡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을까.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전 10시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대회 조별리그 A조 최종전을 치른다. 지난 12일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대표팀은 19일 멕시코와의 2차전에선 일격을 당하며 0-1로 패했다. 승점 3(1승1패)으로 조 2위에 올라있지만, 남아공에 패하면 탈락의 수모를 겪을 수 있다. 무승부만 거둬도 32강행이 가능한 상황. 홍 감독은 단칼에 안일함을 잘라냈다.
경기를 하루 앞둔 24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 감독은 “비겨도 된다고 생각하면 반대로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며 “포기하지 않고 꼭 승리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장의 무기, 손흥민이다. 손흥민의 존재감,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전술적 선택에 따라 앞선 체코, 멕시코전에서 후반 초반 교체했다. 결과적으로 체코전에선 승리했지만, 멕시코전에선 패하면서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하면서 핵심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대로 체력 관리와 전술적 선택이었다는 옹호론도 제기되고 있다.
홍 감독은 포지션 변화를 예고했다. 이날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남아공전에서 2∼3자리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원톱으로 기용하던 손흥민을 기존 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로 기용하고, 오현규(베식타시)를 최전방에 배치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전방에서 고립되던 손흥민이 익숙한 측면에서 특유의 돌파와 침투 능력을 되살린다면 이번 월드컵 마수걸이포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홍 감독에게도 남아공전은 절박하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아 4강 신화를 이끌었고, 지도자로 변신해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내며 최고의 환희를 맛봤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그는 축구 인생 최악의 굴욕을 맛봤다. 조별리그에서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무2패의 최악의 성적을 냈다. 이후 한국프로축구 K리그의 울산 HD 감독으로 부임해 2연패(2022∼2023년)를 이끌었지만 ‘실패한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떠나지 않는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왜 실패한 감독을 선임했나’는 비난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남아공전에 있다. 32강에 진출하면 절반의 성공이다. 이어 16강까지 오르면 한국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홍 감독은 “내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명예 회복 역시 중요하지 않다”며 단호하게 말한 뒤 “선수단이 조별리그 1, 2차전 때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충분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서로 믿음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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