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핑’ 도는 머리, 더위 탓만 했다간… 어지럼증에도 위험 신호가 있다?

수분 부족·기립성 저혈압부터 이석증·뇌졸중까지 원인 다양
복시·마비·말 어눌함 동반 땐 즉시 진료 필요

낮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땀을 많이 흘린 뒤 갑자기 일어설 때 눈앞이 아찔하거나, 야외 활동 후 머리가 멍하고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은 무더위와 관련된 흔한 신체 반응일 수 있다. 질병관리청도 온열질환을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설명한다. 두통·어지러움·근육경련·피로감·의식저하 등을 주요 증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올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도 오는 9월 30일까지 운영된다.

 

문제는 모든 어지럼증이 단순히 ‘더위를 먹어서’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귀 안쪽의 전정기관 이상, 뇌간·소뇌 등 중추신경계 문제, 심혈관질환이나 빈혈 같은 전신질환, 불안·공황 등 심리적 요인까지 원인은 다양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탈수와 혈압 변화가 겹치면서 기존 어지럼증이 악화되거나, 숨어 있던 질환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임진희 수원S서울병원 신경과 원장은 “어지럼증은 증상만으로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며 “빙글 도는 느낌인지,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인지, 보행이 흔들리는지,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무더위 속 어지럼, 귀 문제일까 vs. 혈압 문제일까

 

어지럼증은 크게 말초성, 중추성, 전신성, 심인성으로 나눠볼 수 있다. 가장 흔히 접하는 말초성 어지럼증은 귀 안쪽의 반고리관이나 이석기관 등 균형 감각 기관 이상으로 생긴다. 

 

대표적인 질환은 이석증으로 불리는 양성 돌발성 체위성 현기증이다. 침대에서 돌아눕거나 고개를 젖히는 등 특정 자세 변화 때 갑자기 주변이 빙글 도는 듯한 회전성 어지럼이 나타난다. 구토가 동반될 수 있고 증상은 짧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석증은 약물보다 이석 재배치 운동이 중요한 치료가 될 수 있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진료지침도 양성 돌발성 체위성 현기증에서 적절한 진단과 이석 재배치 치료의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간, 소뇌 등 균형을 조절하는 뇌 부위 이상과 관련된다. 단순히 어지러운 것을 넘어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걷기 어려울 정도로 비틀거리는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심한 두통이 갑자기 동반되는 경우도 경고 신호다. 이 경우 뇌졸중, 뇌종양, 다발성경화증, 편두통성 현기증 등의 감별이 필요하다.

 

임진희 원장에 따르면 여름철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전신성 어지럼증이다. 

 

그는 “땀 배출이 늘면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줄고,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오래 서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어질하거나 눈 앞이 캄캄해지는 열실신·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빈혈, 저혈당, 부정맥, 심부전, 갑상선 이상, 비타민 B12 결핍 등도 어지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항고혈압제, 이뇨제, 진정제,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 복용 약물이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어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는 증상 발생 시 복용 약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임진희 원장은 “여름에는 탈수나 혈압 저하로 생긴 어지럼증이 많지만, 같은 계절에 이석증이나 뇌졸중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더운 날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온열질환으로 단정하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복시·마비·말 어눌함 동반되면 ‘응급 신호’

 

어지럼증을 볼 때 중요한 기준은 동반 증상이다. 잠깐 어질했다가 시원한 곳에서 쉬고 수분을 섭취한 뒤 회복된다면 일시적인 탈수나 열실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의식이 흐려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심한 두통과 구토가 동반되면 응급 진료가 필요하다.

열사병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열사병은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는 가장 심각한 온열질환이다. 혼돈, 말 어눌함, 의식소실, 경련, 매우 높은 체온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치료가 지연되면 사망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심인성 어지럼증도 실제 증상이다. 검사에서 뚜렷한 구조적 이상이 없더라도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 과호흡 등이 어지럼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이상이 없다”는 말로 끝내기보다 증상 패턴, 불안 상황, 수면, 호흡 양상 등을 함께 살피는 접근이 필요하다. 인지행동치료나 필요 시 약물치료가 도움될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이석증은 이석 재배치 운동이 중심이고, 메니에르병은 생활관리와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뇌졸중 등 중추성 원인이 의심되면 영상검사와 함께 필요 시 급성기 치료가 요구된다. 편두통성 현기증은 예방약과 생활습관 조절이 필요할 수 있고, 전신성 어지럼증은 빈혈·저혈당·부정맥·갑상선 이상·약물 부작용 등 원인 교정이 우선이다.

 

임진희 원장은 “어지럼증 치료의 핵심은 무조건 어지럼약을 오래 먹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찾는 것”이라며 “특히 고령자, 고혈압·당뇨·심혈관질환자, 과거 뇌졸중 병력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반복되거나 양상이 평소와 다르면 진료와 검사를 미루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예방을 위해서는 폭염 시간대 야외 활동을 줄이고, 갈증이 심해지기 전 수분 섭취를 자주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술과 과도한 카페인은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냉방이 되는 공간에서 충분히 쉬고, 갑자기 일어서지 않으며, 어지럼이 생기면 즉시 앉거나 누워 낙상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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