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교실에서 바라보던 꿈의 무대, 이젠 엄연한 주역으로서 누비고 있다. 스페인의 ‘초신성’ 라민 야말(18·바르셀로나)이 생애 첫 월드컵 선발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무적함대에 대회 첫 승을 안겼다.
야말은 22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킥오프 직후부터 현란한 발놀림으로 분위기를 달군 그는 전반 10분 선제골을 뽑아내며 4-0 완승의 물꼬를 텄다.
득점 장면에선 침투 본능이 번뜩였다. 미켈 오야르사발(레알 소시에다드)이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낮게 크로스하자, 반대편 골문으로 쇄도한 야말이 넘어지면서 왼발을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18세343일 나이로 월드컵 첫 골을 아로새긴 순간이었다. 야말은 대회 역대 최연소 득점 8위에 이름을 올렸다. 18세 이하 선수가 월드컵 경기서 선제골을 넣은 것도 1958년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 이후 두 번째다.
더없이 반가운 활약이었다. 이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스페인은 앞서 카보베르데와의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기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햄스트링 부상서 회복 중이던 야말은 당시 후반 중도 투입돼 19분만 뛰었다.
야말이 길을 열자 스페인 공격도 불이 붙었다. 오야르사발이 전반 21분 추가골에 이어 3분 뒤 쐐기골까지 넣으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스포츠 통계 업체 옵타는 “야말은 공을 가지고 보여주는 플레이뿐 아니라 존재 자체로도 차이를 만든다”며 “동료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반만 소화한 뒤 교체됐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다음 경기 풀타임 출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야말을 향한 기대는 스페인을 넘어 세계 축구계로 뻗어 있다. 3년 전 불과 16세의 나이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고, 이듬해 유로 2024서 도움왕(4개)에 오르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후 유럽 최고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골든보이(2024년)를 품었다. 지난해에는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 투표에서 나란히 2위를 차지했다.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 스페인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우승 이후 세 차례 월드컵에서 16강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며 체면을 구겼다. 반등 기지개를 켠다.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와 유로 2024 우승,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며 부활을 알렸다.
주포 다비드 비야가 은퇴한 뒤 공격진을 이끌 새 얼굴을 기다려온 스페인이다. 그렇기에 야말의 월드컵 데뷔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터. 비야 역시 일찌감치 “야말은 독특하고 특별한 선수다. 어린 나이에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을 이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과거에 치켜세운 바 있다.
야말은 “지난 월드컵은 교실에서 봤다. 지금은 어머니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골을 넣었다. 꿈이 현실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더는 어린 소년으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첫 월드컵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야말이 스페인의 대권 도전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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