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우면서도 고맙네요(웃음).” (KT 외야수 안현민)
프로야구 KT가 9회 말 대역전극을 완성하지 못했다면, 안현민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쓸 예정이었다. 샘 힐리어드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면서 ‘포수 안현민’ 카드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KT는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IA와의 홈경기에서 10-9로 역전승했다. 4-9로 뒤진 9회 말 6점을 몰아치며 불리한 승부를 뒤집었다.
사실 KT 벤치는 정규이닝 마지막 9회 공격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선발로 나온 한승택에 이어 마지막 포수 조대현의 타석에 외야수 안치영을 대타로 투입했다. 가용 포수를 모두 기용한 상황이었다. 동점으로 연장에 돌입하면 안현민이 포수 마스크를 써야 했다.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대타 카드를 꺼내기 전 안현민에게 포수를 맡을 수 있는지 물었다. 안현민은 망설임 없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2003년생인 안현민은 개성중과 마산고를 거쳐 2022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KT에 입단했다. 고교 시절까지 10년 넘게 포수로 뛰었지만 프로 입단과 동시에 외야수로 전향했다. 이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했으나 1군에서 포수를 맡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안현민은 “감독님께서 대타를 쓰기 전에 포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다. 그 상황에서 못한다고 할 선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가능하다고 말씀드렸고, 나도 포수를 맡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준비도 끝난 상태였다. 안현민은 “조대현 형이 장비를 모두 준비해놓고 있었다. 경기 후에 들어가 보니 이미 다 챙겨놨다고 하더라”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포수를 했기 때문에 포지션에 대한 애정이 있다. 프로 무대 1군에서도 한 번쯤 포수를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안현민은 9회 말 권동진의 2타점 적시타로 8-9까지 따라붙은 뒤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포수로 나설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살아나가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힐리어드가 곧바로 중전 적시타를 날려 경기를 끝냈다. 안현민은 “더그아웃에서도 다들 계속 ‘포수 안현민’ 이야기만 했다. 포수를 해보고 싶어서 어떻게든 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힐리어드가 끝내기 안타를 칠 줄은 몰랐다. 포수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맙게 쳐줬다. 조금 아쉬우면서도 고맙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힐리어드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그는 “제임스(안현민의 영어 애칭)가 나를 그렇게 믿지 못했다니 안타깝다”며 “포수로 나갈 생각을 할 게 아니라 내가 안타를 쳐서 ‘자신(안현민)이 포수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믿었어야 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끝내기 안타는 타자에게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지만 이런 경기를 계속하면 수명이 줄어들 것 같다”며 “앞으로는 타선과 투수진이 모두 잘해서 큰 점수 차로 편하게 이기는 경기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현민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최근 두 경기를 좋지 않은 내용으로 져서 이날까지 패했다면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을 것”이라며 “재활하는 동안 지켜봤던 KT는 이런 순간 점수를 내는 팀이었다. 다같이 해내서 신기하고 뿌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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