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극 속 기적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은 둘이 있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승부로 리그 최강 마무리 성영탁(KIA)을 흔든 김민혁과 류현인(이상 KT) 얘기다.
프로야구 KT는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IA와의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10-9로 이겼다. 4-9로 끌려가던 9회 말에만 6점을 몰아치며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완성했다.
지난 13일 같은 장소에서 NC를 상대로 11-9 역전승을 거둔 KT는 일주일 만에 다시 한번 안방에서 마법 같은 뒤집기를 연출했다. 9회 말 5점 차를 뒤집은 것은 KBO리그 역대 공동 2위 기록이다. 최다 기록은 넥센이 2017년 9월3일 고척 KIA전에서 작성한 6점 차 역전승이다.
출발점은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였다. 9회 선두타자로 나선 힐리어드는 성영탁의 초구를 받아쳐 비거리 130m짜리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그러나 여전히 점수는 5-9. KT에는 주자를 계속해서 쌓아가면서 추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민혁이 이 역할을 맡았다. 성영탁을 상대로 파울 7개를 걷어내며 12구까지 승부를 끌고 간 끝에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뽑아냈다. 이어 류현인도 파울 5개를 만들며 10구 승부를 벌인 뒤 볼넷을 골라냈다. 호랑이 군단을 대표하는 클로저의 공을 잇달아 물고 늘어지며 추격의 토대를 놓은 순간이었다.
KT는 오윤석의 안타와 안치영의 밀어내기 볼넷, 권동진의 2타점 적시타로 8-9까지 따라붙었다. 안현민이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고, 힐리어드가 중전 안타로 허경민을 불러들여 롤러코스터 같았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민혁은 경기 뒤 “힐리어드가 홈런을 치고 나가 무조건 살아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떻게든 공을 맞혀 결과를 만들고 싶었다”며 “공을 오래 보다 보니 마지막에는 익숙해져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자신의 끈질긴 승부를 특별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김민혁은 “경기에 나갈 경쟁력을 갖추려면 항상 그런 승부를 해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현인 역시 “무조건 출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다. 주자를 모으면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며 “모두 어떻게든 살아나가려 했고, 다같이 보여준 끈질김이 계속 이어져 승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강철 KT 감독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모든 선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연패를 끊으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설명이다.
혼신의 12구, 그리고 10구로 빚어낸 출루가 대표적이다. 마법사들이 만든 9회의 마법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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