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원광대 천재타자!” 지금 권동진은 잊혔던 이름 소환 중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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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한곳에 모이는 프로 무대다. 누군들 천재가 아니었겠는가. 그렇기에 피나는 노력과 긴 담금질의 시간을 거쳐 꽃봉오리를 틔워내는 순간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대학 무대를 평정하고도 프로서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했던 내야수 권동진(KT)이 올 시즌 공수에서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18일 기준 54경기서 타율 0.322(87타수 28안타)를 때려냈다. 규정타석을 채운 건 아니지만, OPS(출루율+장타율)는 0.921에 달한다. 수장 이강철 감독 눈에도 꿀이 떨어진다. “우리 팀 1라운더, 원광대 천재타자”라며 껄껄 웃을 정도다.

 

실제로 원광대 재학 시절 4년 내내 4할대 타율을 유지하는 등 이름을 날렸다. 이에 2021 KBO 신인드래프트서 2차 1라운드 5순위로 마법사 군단의 손을 잡았다. 즉시전력감이라는 기대에도 쏠쏠하게 화답했다. 권동진은 데뷔 시즌인 2021년 8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4(67타수 17안타) 1홈런 6타점 3도루를 써냈다.

 

비록 경기에 한 차례도 나서지는 못했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함께 경험했다.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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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한 출발이 곧 탄탄대로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후 좀처럼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만년 기대주’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 기간이 겹친 가운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1군 출전은 57경기에 머물렀다.

 

군 복무 중에는 부상 악재까지 만났다. 전역을 몇 달 앞두고 오른쪽 무릎 안쪽 관절을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두 달가량 재활한 끝에 실전으로 돌아왔지만, 퓨처스리그(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다시 떠오를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었다. 2024년 2군서 3할 타격(0.311)을 마크, 방망이를 가다듬었다. 이듬해 찾아온 기회를 움켜쥐었다. KT의 주전 유격수로 2025년 123경기를 소화했다.

 

이 시즌을 앞두고 결혼과 함께 가정을 꾸린 것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 권동진은 여전히 아내를 떠올리며 “덕분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완전한 도약은 아니었다. OPS 0.607에 그쳤고 실책도 15차례 기록한 것.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고 하기엔 부족했다.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한 ‘절반의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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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포수 장성우(129경기)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많은 경기(123)를 소화했지만, 다가온 새 시즌은 주전이 아닌 백업 역할로 출발을 끊었다. 절치부심할 법도 했으나 권동진은 오히려 마음을 비웠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경기에 나가는 건 감독님이 정하시는 일이다. 나는 나가면 나가는 대로 내가 할 것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신 주어진 한 타석, 한 번의 수비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부상 이탈 없이 개막일인 3월28일부터 한 차례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은 꾸준함도 한몫했다.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에선 다이빙 캐치를 비롯, 연이은 호수비로 선발투수 고영표의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18일 소형준의 복귀 등판 역시 1회부터 번뜩이는 수비로 힘을 보탰다.

 

방망이마저 마침내 대학 시절의 명성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득점권 타율 0.310을 작성하는 등 해결사 본능이 돋보인다. 이 감독이 “치는 것을 보면 전부 영양가가 있다”고 평가한 이유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긴장해서 한가운데 공도 치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주자가 있을 때 치는 모습부터 다르다”며 “찬스에서 결과가 나오고 있으니 말 다 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1년에 한 번 칠까 말까 한 홈런도 정말 중요할 때 나오더라. NC전(13일) 때 깜짝 놀랐다”고 반색했다. 권동진은 당시 수원서 열린 홈경기에서 7-9 열세 속 추격 솔로포로 시즌 첫 아치를 그려내 대역전극(11-9)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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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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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진은 여전히 경기 전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홈에선 유한준 타격코치와 매일같이 얼리 훈련을 소화하고, 원정서도 이를 대신할 별도의 루틴을 이어가고 있다. 권동진은 “홈에서 하던 걸 원정에서는 하기 어려워 코치님과 대체 방법을 상의했다”며 “한 달 전쯤부터 새 루틴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단한 준비 속 자신만의 타격 기준도 확립해 나간다. 올 시즌 새롭게 한솥밥을 먹게 된 외야수 최원준의 도움이 컸다. 볼카운트별 공략법부터 연습 방법, 타석 루틴까지 두루 이야기를 나누며 스트라이크존을 다듬었다.

 

“작년과 달라진 건 있다면 (최)원준이 형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콕 집은 그는 “그동안 딱히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는데, 지금은 존이 어느 정도 정립됐다. 원준이 형이 ‘공을 고르는 능력은 좋은데 너무 급하게 친다’고 알려줘 최대한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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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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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맞붙어 있는 타순서 이른바 ‘케미스트리 폭발’이다. 권동진이 9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22경기 가운데 21경기에서 최원준이 리드오프를 맡았다. 하위 타선의 끝과 상위 타선의 시작을 잇는 또 하나의 테이블세터 역할을 든든히 해내는 중이다.

 

9번 권동진이 불씨를 살리면 1번 최원준이 이어받아 중심 타선 앞에 밥상을 차린다. 이 연결고리를 적극 활용한다. 그는 “뒤에 워낙 잘 치는 1번타자(최원준)가 있지 않나. 그런 타자 앞(9번)에 있는 선수와는 투수가 승부할 수밖에 없다”면서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공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공을 돌렸다.

 

권동진은 최근 맹활약에도 “스몰 샘플이다. 잘하는 팀 동료들 덕분에 묻어가는 것”이라며 들뜨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타선의 끝과 시작을 잇고, 호수비로 마운드까지 돕는 두터운 존재감은 감출 수 없다. ‘미완의 대기’였던 그는 어느덧 KT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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