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현장] ‘GD·블핑 협업’ 아티스트 베르디, 이번엔 미술관 채웠다

걸스 돈 크라이 문구와 비스티 인형들. 신정원 기자
걸스 돈 크라이 문구와 비스티 인형들. 신정원 기자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스트리트 감성과 그래픽 아트가 미술관으로 들어왔다. 일본 오사카 출신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VERDY)가 자신의 창작 세계를 처음으로 대규모 전시로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캐릭터, 패션, 음악, 메시지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롯데뮤지엄은 다음달 19일까지 베르디의 첫 미술관 전시 아이 빌리브 인 미(I Believe in M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형성된 베르디의 드로잉, 그래픽,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작품을 총망라하며, 문화 전반으로 확장돼 온 창작의 여정을 보여준다.

 

18일 전시장에는 평일 낮시간에도 불구하고 베르디의 작품을 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곳곳에서는 작품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거나 캐릭터와 그래픽 요소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관람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젊은 관람객들에게 익숙한 이미지와 메시지가 곳곳에 배치돼 전시장은 마치 하나의 스트리트 컬처 공간처럼 느껴졌다.

 

베르디는 1990년대 일본 우라하라 문화와 하드코어 펑크 록,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그래픽 세계를 구축한 아티스트다.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인 브랜드 및 아티스트와 협업해온 그는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감각과 취향을 믿는 창작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인 아이 빌리브 인 미 역시 베르디가 걸어온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불확실성과 불안이 공존하는 시대 속에서도 외부의 기준보다 스스로를 믿으며 만들어온 창작의 시간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캐릭터 빅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다. 신정원 기자
캐릭터 빅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다. 신정원 기자

전시장에는 100여 점의 크레용 드로잉을 비롯해 24점의 대형 입체 신작, 네온 작품 등 총 250여 점이 공개돼 있다. 작은 스케치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캐릭터와 조형물, 설치 작품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베르디가 만들어온 세계의 규모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베르디의 대표 캐릭터 빅(Vick)이다. 판다와 토끼의 모습을 결합해 탄생한 빅은 작가의 페르소나로, 전시장 곳곳에서 대형 조형물과 네온 작품, 월페인팅 형태로 등장한다. 친숙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하지만 베르디의 작품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 그의 작업에는 개인적인 경험과 세대를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대표 프로젝트인 Girls Don’t Cry(소녀들은 울지 않아)와 Wasted Youth(헛되이 보낸 시간은 없다)는 베르디 특유의 타이포그래피와 결합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블랙 앤 화이트 기반의 그래픽, 감각적인 네온 연출, 개성 넘치는 작가만의 글씨체는 짧은 문장에도 힘을 더한다. 단순한 문구가 아닌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며 청년 세대가 가진 감수성과 연결된다.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 신정원 기자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 신정원 기자
방문객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신정원 기자
방문객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신정원 기자

패션과 K-팝에 관심이 있는 방문객이라면 전시장 속 이미지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베르디는 이미 다양한 글로벌 협업을 통해 자신의 그래픽 세계를 대중문화 속에 확장해왔다.

 

지드래곤의 2025 위버맨쉬 월드투어 오사카 콘서트 티셔츠 굿즈, 블랙핑크의 2023 본 핑크 팝업 익스피리언스 인 서울 등 K-팝 아티스트와 협업했으며, 루이비통·나이키와 스니커즈 컬래버레이션, 일본 자동차 브랜드 혼다와 바이크 제품 작업 등 분야를 넘나드는 활동을 이어왔다.

 

전시 마지막 공간에서는 이러한 협업의 흔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베르디의 작업실을 옮겨놓은 듯한 공간에는 협업 프로젝트 아이템과 포스터, 개인 소장품, 실제 작업 도구 등이 전시돼 그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작품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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