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도 믿어주시더라.”
외야수 샘 힐리어드(KT)가 반등의 기지개를 켠다. 자기 자신을 4번타자로 꾸준히 기용한 이강철 KT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로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힐리어드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4타수 1득점 4안타 1볼넷 1도루으로 무려 다섯 차례 출루를 일궜다. KT의 8-1 승전고와 4연승을 이끈 만점 활약이었다.
한 경기 5번의 출루는 힐리어드가 KBO리그에 데뷔한 뒤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9일 고척 키움전과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두 차례 4출루 경기를 펼친 바 있다. 이를 넘어선 이른바 ‘5출루’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 반가운 것은 최근의 부침을 끊어냈다는 점이다. 하루 전 16일엔 시즌 14호 아치를 그려내는 등 손맛도 봤다. 힐리어드는 지난 달에만 3할 타격(0.350)은 물론, 8홈런 23타점을 작성, 팀의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제는 이달 들어 타격감이 주춤하다. 이날 경기 포함 6월 이후 13경기서 타율 0.255에 머물고 있다.
힐리어드는 “6월 들어 타격이 좋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며 “여러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타석에서도 소극적으로 변한 부분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마음의 짐도 컸다. 최근 훈련을 마친 뒤 이 감독을 직접 찾아가 “죄송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4번 타자로 계속 출전 기회를 받으면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감독의 대답은 단호했다.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다독인 뒤 “너는 우리 팀의 4번 타자이고,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좋지 않을 때는 다른 선수들이 도와줄 것이고, 네 페이스가 올라오면 다시 팀 승리에 힘을 보태면 된다”고 격려했다.
힐리어드에게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 말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서 통산 7시즌 동안 44홈런을 터뜨렸지만, 주전 자리를 확실히 보장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부진하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일이 익숙했다.
그는 “이전 팀에서는 못하면 라인업에서 빠지는 대체 선수의 위치였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곤 했다”며 “감독님이 어려울 때도 믿어주시는 만큼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느낀 반등의 신호탄, 전날 터진 홈런이었다. 몸쪽 빠른 공을 힘껏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힐리어드는 “잘 맞은 타구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 위축돼 있었는데,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면서 ‘다시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다’는 계기가 됐다. 그 흐름이 오늘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낯설게 다가왔던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에도 차츰 적응하고 있다. 골머리를 크게 앓기도 했다. 196㎝ 큰 신장 탓에 스트라이크존 대처에 혼란을 겪었지만, 이제는 판정에 흔들리기보다 자신이 공략할 공에 집중한다.
힐리어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은 빨리 잊고, 쳐야 할 공을 놓치지 않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어제와 오늘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는 점이 기쁘다. 5월에 보여드렸던 좋은 모습으로 돌아가 남은 6월에는 팀에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믿음을 발판 삼아 다시 일어섰다. 마법사들이 기다렸던 ‘4번타자’의 힘찬 반등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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