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는 개표소 봉쇄 시위… 울상 가득한 체육계 “자포자기 상태”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국제대회 출전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들이 장비를 챙기지 못하고, 일부 종목단체는 직원 개인 돈으로 참가 비용을 충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면서 체육계의 우려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17일 기준 13일째다. 시위대는 지난 5일부터 개표가 끝난 투표함의 반출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핸드볼경기장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이곳에 사무실을 둔 대한체육회 산하 회원종목단체들의 출입도 제한되면서 행정 업무와 국제대회 준비가 사실상 마비됐다.

 

당장 대회를 앞둔 단체들의 피해가 크다. 오는 22일 인천 문학 박태환수영장서 열리는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를 준비 중인 대한수중핀수영협회 역시 경기 운영에 필요한 물자와 장비 등이 사무실에 있어 곤란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펜싱 국가대표팀도 개인 장비를 챙기지 못하고 빌린 장비로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출국했다. 이 대회엔 아시안게임 출전권 경쟁에 필요한 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다.

 

종목단체 관계자들은 전날 필요한 물품을 반출하기 위해 경기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집회 참가자의 저지로 무산됐다. 설상가상 몇몇 단체의 경우 사무실 안엔 일회용 비밀번호(OTP)와 법인 인감은 물론, 중요한 행정 서류들이 있어 정상적인 업무 처리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일부 단체들은 국제대회 참가비와 숙박비가 수천만원에 달하지만 제때 집행할 수 없어 직원들이 사비로 경비를 부담하고 있다”며 “가장 걱정되는 건 장비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이 경우엔 도대체 어떻게, 또 누가 책임질 것인가. 너무나도 무기력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관계 기관이 (행정 및 금융 업무서) 대체 방안을 찾고 있지만, 봉쇄가 장기화하면 실제로 해결이 가능할지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막막하다. 협상을 시도해도 타협점이 보이지 않아 사실상 자포자기 단계다”고 말했다.

 

체육계와 정부는 입을 모아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15일 “업무방해와 피해가 확인되면 민·형사상 책임을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체육인들은 이번 갈등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지금 가장 큰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며 “다른 뜻은 없다. 시위하는 분들을 원망하는 것도 아니다. 물리적 충돌이나 갈등 심화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꿈과 대한민국 체육의 공공기능이 침해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16일 “불법 행위가 계속된다면 모든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