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드라마는 작가, 감독, 연기력의 3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임지연·허남준 주연의 드라마 ‘멋진 신세계’는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3박자로 시청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멋진 신세계’는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을 쓴 무명배우 신서리와 자본주의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재벌 차세계의 로맨스물이다. 장르적인 조합과 더불어 영혼 체인지, 타임슬립, 복잡한 가정사, 겉바속촉 남자 주인공과 마이웨이 여자 주인공까지. 따로 봐도 뻔한 클리셰들을 모아 강력한 시너지를 발현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다. 특히 흥행 흐름을 탄 임지연을 막을 자는 없었다. ‘더 글로리’로 극강의 연기력을 입증한 임지연은 지난해 종영한 ‘옥씨 부인전’에 이어 ‘멋진 신세계’로 기세를 이어가게 됐다. 선역과 악역을 넘나드는 탄탄한 연기력에, 예능에서 보여준 특유의 친근한 매력까지 더해진 신서리를 통해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이다.
임지연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허남준은 ‘멋진 신세계’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2019년 데뷔한 허남준은 ‘설강화’, ‘혼례대첩’, ‘스위트홈’ 시리즈 등 다수의 작품에서 조연으로 입지를 넓혀왔다. 2024년 ENA 드라마 ‘유어 아너’로 주목받은 데 이어 지난해 첫 주연작 ‘백번의 추억’에서 김다미·신예은과 호흡을 맞췄다. 아쉬운 전개와 더불어 연기적인 강점을 드러내지 못했던 지난 작품에 비해, ‘멋진 신세계’는 시작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거침없는 신서리와 이에 휘말리며 점차 무너지는 허남준의 츤데레 매력이 맞물려 독특하면서도 설레는 로맨스 케미를 완성했다. 극 중 차세계는 악명 높은 기업 사냥꾼으로 소개됐다. 안하무인 악질재벌인 듯하지만 신서리를 만나고 무장 해제되는 캐릭터의 입체적 변화는 시청자를 환호하게 했다.
인터넷 소설에나 나올 법한 대사들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뱉어낸다. “지금 저 여자밖에 눈에 안 보인다고!”라는 돌직구는 놀랍게도 반감보단 설렘을 몰고왔다.
극적인 순간마다 등장하는 왕자님은 매번 예상을 깼다. 이처럼 허남준은 틀에 박힌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시켰다. 진지한 고백부터 코믹한 연기까지 유연하게 해내는 그의 연기력에 매 회차 ‘허남준의 재발견’이라는 평이 나온다. 날개 단 ‘멋진 신세계’가 허남준의 꽃길을 열어줬다. 일찌감치 차기작도 확정 지었다. 인기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시대극 ‘고래별’에서 독립운동가 송해수로 출연할 예정이다.
SBS도 싱글벙글이다. ‘멋진 신세계’의 인기로 ‘모범택시’, ‘열혈사제’ 시리즈로 이어지는 SBS 금토드라마 흥행 공식을 이어가게 됐다. 경쟁작이던 아이유·변우석 주연의 ‘21세기 대군부인’ 후반부와 맞물려 시작하면서 화제성에선 다소 뒤처졌지만, 곧바로 기세를 올렸다.
공교롭게도 역사왜곡 논란을 몰고 온 ‘21세기 대군부인’과 맞물려 판정승을 거뒀다. 특히 역사 속에서 살다 온 신서리가 사극 촬영장의 고증 오류를 지적하며 “역사 고증은 확실히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일침을 놓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안겼다.
‘멋진 신세계’ 첫 방송 4%대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은 6화 만에 두 자리 수를 뚫었고,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며 지난 13일 12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0.5%를 달성했다. 예측 불허의 전개 속에 오는 20일 최종화를 앞둔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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