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모습을 꼭 닮아!’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이을용 전 경남FC 감독은 4강 신화를 이끈 주역이다.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왼발잡이 테크니션으로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왼쪽 미드필더로 뛰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1골 2도움을 올리며 포효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월드컵 단일 대회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이다. 폴란드와의 조별리그서 황선홍의 선제골을 도왔고, 튀르키예와의 3·4위전에선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 골을 터트렸다.
그해 7월 장남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이 태어났다. 아버지를 따라 축구공을 접할 일이 많았을 터. 어린 시절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2006~2007년)>에 출연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건 2011년부터다. 떡잎부터 달랐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명단에까지 승선했다. 한국 축구 역대 2번째로 부자가 월드컵 무대를 밟는 기쁨을 누렸다. 1호는 차범근(1986 멕시코 대회)-차두리(2002 한일, 2010 남아공 대회) 부자다.
이태석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일각에선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 전 감독의 친분을 이유로 ‘인맥 축구’라 비판하기도 했다. 심지어 홍 감독은 체코와의 조별리그(A조) 1차전서 이태석을 선발로 내세웠다. 앞서 왼쪽 종아리에 불편함을 느끼는 등 가벼운 부상이 있었음에도 과감하게 기용한 것. 공격력만 보자면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가 앞서지만, 체코 공격의 시발점인 블라디미르 초우팔을 견제하기 위해선 이태석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적중했다. 그토록 꿈꿔왔던 월드컵 데뷔전. 이태석은 24년 전 아버지를 소환했다. 당시 이 전 감독이 달았던 등번호 13번을 자신의 유니폼에 새기고 나섰다. 후반 24분 엄지성(스완지시티)과 교체될 때까지 왼쪽 측면을 활발히 누볐다. 신장은 크지 않았지만(174㎝), 190㎝ 장신이 즐비한 체코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공중볼 경합에도 적극적이었다. 6번 중 3번을 따냈다. 날카로운 크로스는 기본, 감각적인 오버래핑으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주목한다. 튀르키예 축구 콘텐츠 채널 ‘구제군레르덴 풋볼’은 이을용-이태석 부자를 조명, 특별한 인연에 집중했다. 과거 이 전 감독은 튀르키예 명문 구단 중 하나인 트라브존스포르에서 뛰었다. 엄마 품에 안겨 축구를 지켜보던 아이는 어엿한 국가대표가 됐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 이태석은 “가족들에게 고맙다.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는 걸 보여줘 기쁘다”면서 “(체코전서) 선제 실점을 했지만 뒤집을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믿었다. 월드컵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팀이라는 걸 보여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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