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딸 안아주지 못한 김승규의 두 팔, 한국 축구 구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키퍼 김승규가 경기 후 기뻐하고 있다. KFA 제공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키퍼 김승규가 경기 후 기뻐하고 있다. KFA 제공

 “신기하게 오늘 경기 전에 딸이 눈을 떴다.”

 

 갓 태어난 딸을 위해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딸과 마주하는 인생 최고의 순간 대신 태극 마크를 움켜쥔 수문장 김승규(36·도쿄)가 한국 축구를 구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키퍼 김승규는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 선발 출전해 ‘미친 선방쇼’를 펼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꼽자면 후반 22분 황인범의 동점골과 후반 35분 오현규의 역전골이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 또 있다. 바로 김승규다.

 

 2실점을 막아낸 것과 진배없다. 1-1로 맞선 후반 32분 수비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롱 스로인 이후 체코 아담 흘로체크의 왼발 슈팅이 이어졌다. 골대 반대편에 있던 김승규는 어느새 니어 포스트로 달려와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슈팅을 막아냈다. 이어 2-1로 앞선 후반 48분에도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컷백을 체코 미할 사딜레크가 오른발로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어느새 김승규가 달려와 두 손으로 잡아버렸다. 김승규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체코전 승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번 대회는 김승규의 네 번째 월드컵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대회에 이어 또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무대에 섰다. 서른여섯의 나이. 자신도 "정말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할 만큼 남다른 각오로 준비한 대회다.

 

 동기부여는 더욱 특별했다. 지난 2024년 모델 김진경과 결혼한 김승규는 월드컵 개막 직전 첫 딸을 얻었다. 하지만 대표팀 일정 탓에 출산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옆에 있어 주지 못해 아내와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딸과 첫인사를 나누지 못한 아쉬움, 아내의 곁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은 그의 특별한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이날 경기 후 만난 김승규는 “오늘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딸이랑 영상 통화를 했다. 계속 자는 모습만 봤는데, 신기하게 오늘 눈도 제대로 뜨더라. 눈도 많이 마주쳐줬다”라며 “힘이 많이 났던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사실 김승규는 이날 후반 14분 상대 롱 스로인에 이은 헤딩골을 내주며 선제 실점했다. 위기 상황이었다. 그는 “수비 연습을 많이 했지만, 워낙 상대 피지컬이 우월하다 보니 알고도 당한 것 같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동점, 또 역전 골을 넣었다. 내도 마지막 선방을 하면서 팀에 조금이나마 힘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체코전 승리, 의미가 더 크다. 이번 대회는 48개국 최대 규모로 펼쳐지며 32강 토너먼트부터 시작한다. 조 2위까지 자동 진출, 12개 조 3위 중 상위 8개국이 32강에 진출한다. 특히 골득실, 다득점보다 승자승이 우선순위다. 32강 진출의 최대 경쟁자인 체코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토너먼트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김승규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생각하기도 아찔하다.

 

 이제 갓 태어난 딸은 아빠 김승규가 오늘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이날 경기를 다시 본다면, 그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 되지 않을까. 월드컵 첫 승을 지켜낸 ‘아빠의 두 팔’이다.

 

과달라하라=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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