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의 든든한 후광일까 성장을 막는 그늘일까.
가수이자 제작자 박재범이 최근 불거진 롱샷의 월드투어 게스트 동행에 대해 정면 돌파를 택했다. 박재범은 11일 자신의 SNS에 “롱샷에 가입할 거다. 그게 처음부터 내 목표였고,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오랜 경력의 솔로 가수이자 롱샷의 소속사 모어비전의 대표이기도 한 박재범은 “내가 회사를 소유하고 그룹(롱샷)을 만들었다. 나는 이걸 20년 동안 해왔다”며 “나와 당신들 중에 누가 더 잘 알겠나. 당신들이 온라인에서 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현실에선 아무 의미도 없다”고 했다. “그냥 음악과 여정을 즐겨라. 그렇지 않다면 옆에서 구경만 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박재범과 롱샷의 월드투어에 대한 입장 표명인 것으로 보인다.
박재범은 오는 9월부터 2개월 여 간 월드투어를 개최한다. ‘대표’ 박재범의 월드투어에는 ‘소속 아이돌’ 롱샷 멤버들의 게스트로 합류한다. 소식이 알려지자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데뷔 6개월 차의 신인 그룹이 차기 앨범이 아닌 타 아티스트의 게스트로 2개월 여를 소비해야한다는 점 때문이다. 일각에선 ‘들러리’라는 표현을 쓰며 이들의 ‘패밀리십’을 비판했다.
지난 1월 13일 데뷔한 롱샷은 오랫동안 아이돌 그룹 론칭에 대한 열망을 키워온 박재범의 첫 결과물이다. 자연스럽게 데뷔 초부터 ‘박재범 제작 아이돌’의 수식어가 붙었다.
시작은 좋았다. 박재범은 2PM 리더로 데뷔해 탈퇴 후 독립 힙합 레이블 AOMG를 만들었고, 2022년 새 엔터사 모어비전을 설립하며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대형 기획사 연습생부터 언더그라운드 힙합까지 두루 거친 그는 제작자로 변신해 롱샷의 성공적인 데뷔를 이끌었다.
박재범은 제작자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며 롱샷 홍보 전면에 나섰다. 각종 행사 무대에도 롱샷과 함께하며 화제를 모았다.
성과도 좋았다. 롱샷의 데뷔 앨범 ’샷 콜러스(SHOT CALLERS)’는 약 5만여 장의 초동(발매일부터 일주일 간의 판매량)을 거뒀다. 특히 데뷔 약 60일 만에 스포티파이 1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며 힙합 아이돌계 신성의 등장을 알렸다.
이처럼 데뷔 초 ‘대표’ 박재범의 후광을 톡톡히 본 롱샷이지만 이들이 마치 ‘원팀’이 된 것처럼 활동하면서 팬심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달 합작 믹스테이프 ’포쇼보이즈 볼륨 2: 포쇼빌(4SHOBOIZ Vol. 2: 4SHOVILLE)’을 발표했다. 앨범을 발매하며 “대표와 소속 아티스트라는 관계를 넘어 ‘4SHOBOIZ’라는 패밀리십으로 호흡을 맞추고 같은 비전을 공유한다”는 소개가 있었다. 이들의 ‘패밀리십’은 음악방송 엔딩포즈까지 공유하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월드투어 소식까지 전해지며 박재범의 팬도, 롱샷의 팬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월드투어를 통해 롱샷의 무대 경험을 키워주고 자신의 팬들에게 기특한 롱샷을 소개하고 싶은 ‘고슴도치 아빠’의 심정을 값비싼 티켓을 구매한 팬들이 감내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박재범을 위해 공연장을 채운 팬들에게도, 롱샷의 신작을 기다리는 팬들에게도 가혹한 결정이다.
팬들의 반응을 인지한 듯 박재범은 자신의 팬들을 다독였다. 롱샷의 팬들을 겨냥한듯 “여름에 롱샷의 두 번째 EP 작업을 마무리 할 것이다. 모든 일정은 멤버들과 상의한다”는 글도 썼다. 콘서트 게스트로 서는 것에 대해 ‘큰 특권’이라고 맞서며 내년 롱샷의 공연 계획을 밝혔지만 성난 팬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올초 롱샷의 데뷔 쇼케이스에 대표의 자격으로 무대에 선 박재범은 “계속 프론트맨으로 활동하기 보다는 자격있는 친구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론트맨의 왕관 수여식이 애꿎은 팬심만 자극하는 모양새다. 대표 박재범의 고집스러운 결단이 롱샷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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