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아의 연예It수다] 나 이제 강동원보다 ‘니가 좋아’, 최성곤(오정세)

기자의 일상을 뒤흔든 강력한 수능 금지곡이 나타났다. 온종일 귓가를 맴도는 멜로디. 목소리의 주인공은 묘하게 ‘킹받는’ 단발머리에 애절한 눈빛을 발사하는 남자, 영화 ‘와일드 씽’ 속 발라드 왕자 최성곤(오정세)이다.

 

처음엔 부정했다. 누나누나의누나누나누나의, 링딩동이나 암욜맨도 아닌, 촌스러운 발라드 가사 한 구절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현상에 ‘내가 왜 이러지’라며 애써 화면을 넘겼다. 하지만 이른바 입덕 부정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인스타그램, 유튜브 숏폼 알고리즘은 누룩빛깔 최성곤과 오정세로 뒤덮이고 말았다.

 

출근길, 근무중, 퇴근길, 잠들기 전 “니가 좋아~”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노루 같은 눈빛, 과장된 청순함, 90년대 그 어디쯤에 서 있는 듯한 내레이션, 그리고 촌스러운 무대 의상까지. 도저히 헤어날 수가 없다. 급기야 주말에는 최성곤의 그 킹받는 매력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다시 확인하고 싶어 영화관 예매창을 기웃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본 영화를 최성곤 보러 또 보러 가고 싶다니.

 

극중 39주째 2위를 차지한 최성곤(오정세). 음악방송 발표 전, 곤듀(팬덤명)들과 1위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 영화 스틸컷.
극중 39주째 2위를 차지한 최성곤(오정세). 음악방송 발표 전, 곤듀(팬덤명)들과 1위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 영화 스틸컷.

영화 속 최성곤의 대표곡 ‘니가 좋아’는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이지리스닝 곡이 아니다. 오히려 Y2K 시절의 복고풍 발라드다. 가사 역시 직관적이다 못해 투박하다. 은유도 비유도 고민도 없다. 그런데 이 촌스러움이 요즘 대중문화의 가장 강력한 치트키인 ‘B급 감성’과 만나면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완벽하게 세팅된 아이돌의 칼군무나 흠잡을 데 없는 음원 강자들의 노래가 익숙하던 대중에게, 사랑의 총알을 쏘며 “니가 좋아!”라고 외치는 최성곤의 촌스러움이 되레 신선한 해방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여기에 틱톡과 릴스를 타고 번진 최성곤 챌린지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누리꾼들은 그의 애절한 표정을 따라 하며 밈(Meme)으로 소비하고 있다. 관객들은 이제 영화를 단순히 극장에서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최성곤이라는 가상의 스타를 진짜 현실 연예계의 부캐처럼 소비한다. 다나카나 서준맘이 증명했던 세계관 놀이의 성공 공식을 최성곤이 스크린을 찢고 나와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공중파 뉴스도 다룰 정도니 말 다했다.

 

영화 ‘와일드 씽’ 속 최성곤(오정세)의 솔로 2집 ‘핑크 러브(PINK LOVE)’ 앨범 표지다. 허얗게 뜬 피부 표현과 시야 포기 샤기컷, 턱을 콕 찌른 포즈가 맞물려 요즘 표현으로 묘한 ‘킹받음’을 유발한다.
영화 ‘와일드 씽’ 속 최성곤(오정세)의 솔로 2집 ‘핑크 러브(PINK LOVE)’ 앨범 표지다. 허얗게 뜬 피부 표현과 시야 포기 샤기컷, 턱을 콕 찌른 포즈가 맞물려 요즘 표현으로 묘한 ‘킹받음’을 유발한다. 

이 현상의 일등 공신은 단연 오정세라는 배우의 내공이다. 우리는 오정세가 평범한 인물에 비범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베테랑 배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딘가 부족하고 지질해서 더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의 진가는 빛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개연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는 설정을 오정세는 특유의 생활 밀착형 연기력과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진짜 있을 법한 마성의 가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칼럼을 쓰다 이번 주말 와일드 씽을 결국 다시 예매했다. 극장 불이 꺼지고 최성곤이 등장해 특유의 애절한 눈빛을 보낼 때, 나는 아마 또 한 번 마음속으로 무장해제당할 것이다. 알고도 당할 생각을 하니 벌써 ‘킹받는다.’

 

조각미남, 절세미남, 짐승남, 만찢남, 얼굴천재. 미남들에 익숙해진 이들이여, 부끄러워 말고 인정하자. 강동원의 조각 같은 미소도 좋지만, 지금 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 건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목놓아 노래하는 최성곤이다. 그래, 나 이제 강동원보다 니가 좋다, 최성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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