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오매진’ 채원빈 “작품마다 다른 얼굴? 의식하지 않으려 해”

배우 채원빈이 당차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지닌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드라마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를 통해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는 “그동안 보여줬던 이미지와 상반되는 작품이었는데 제안이 들어와서 아직도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사진=아우터유니버스
배우 채원빈이 당차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지닌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드라마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를 통해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는 “그동안 보여줬던 이미지와 상반되는 작품이었는데 제안이 들어와서 아직도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사진=아우터유니버스

 

배우 채원빈이 세상 가장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어둡고 묵직한 감정 연기뿐 아니라 로맨스와 코미디가 어우러진 작품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며 차세대 주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한층 넓혔다는 평가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오늘도 매진했습니다’(SBS)는 완벽주의 농부 매튜 리(안효섭)과 쇼호스트 담예진(채원빈)이 밤낮없이 얽히며 펼쳐지는 로맨스를 담았다. 

 

채원빈이 맡은 담예진은 누적 매출 1조 원의 탑 쇼호스트이면서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무한 긍정 에너지의 소유자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MBC)·영화 ‘야당’ 등 주로 장르물에서 서늘한 눈빛을 보였던 채원빈은 이번 작품에서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소화했다. 담예진으로서 선보인 밝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는 어두운 캐릭터에 갇혀있기엔 그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를 증명했다. 

 

 

작품 종영 후 인터뷰를 연 채원빈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제게 온 건 줄 모르고 관심이 간다고만 말했는데 참여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더라”라며 “사실 그때는 잘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 보여줬던 이미지와 너무 상반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기대하셨다는 점이 아직까지도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현실의 채원빈은 밝은 사람이지만 그동안 작품에서는 어두운 캐릭터로만 비쳤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밝고 사랑스러운 로맨틱코미디 주인공에 나서는 만큼 기본적인 톤부터 시작해 캐릭터 연구 또한 철저했다.

 

채원빈은 “제가 가진 모습을 토대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지만 이 작품과 인물을 표현하려면 가진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것으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게 바로 대사 톤이었다”며 “담예진의 발랄함이나 당찬 불도저 같은 모습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하다 보니까 버튼 누르듯이 톤이 나오더라. 그래서 중후반부터는 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안 하고 그냥 재미있게 즐겼다”고 미소 지었다. 

 

그저 활발하게만 보이지만 담예진은 사실 악성 불면증에 시달리는 인물로 일에 대한 집착과 인간적인 결핍이 동시에 드러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과거 방송 트라우마로 인해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고 채찍질할 정도로 완벽주의 성향이 된 그는 밤에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실제로 불면증을 겪어본 적은 없다는 채원빈은 “담예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내가 건강해야 결국 모든 걸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아우터유니버스
사진=아우터유니버스

 

다만 일에 있어서 완벽해야 한다는 성향은 비슷하다. 채원빈은 “예진이에게 공감되는 부분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자신을 망가뜨릴 정도로 과하진 않고 그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예진이의 마음만은 공감이 갔다. ‘절벽 끝에 선 것처럼 정말 괴롭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 나이보다 10살 가까이 많은 30대 초중반의 쇼호스트로 분하기 위해 스타일링에도 공을 들였다. 이렇게까지 많은 헤어·메이크업을 받고 의상을 입은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다. 채원빈은 “담예진과 동년배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혔다”며 “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헤어메이크업 선생님들과도 소통을 많이 했다. 첫 촬영 이후 화면에는 또 다르게 나왔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많이 맞춰갔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지난해 6월부터 촬영해 가장 뜨거웠던 여름을 촬영장에서 보냈다. 농촌 배경 특성상 그늘 없는 땡볕에서 촬영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채원빈은 “직사광선이 센 곳에서 촬영을 많이 했다. 누군가가 신경을 쓴다거나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니었고 불가피한 야외 촬영이라 피할 수 없었다”고 웃었다. 


첫 회에서 담예진이 고층 빌딩 외벽 청소 현장에서 이원 생중계를 했던 장면은 SBS운동장에서 세트를 지어놓고 곤돌라를 띄운 상태에서 촬영했다. 무더운 여름에 촬영했던 탓인지 잠시 탈진까지 했다. 채원빈은 “담예진 자체가 굉장히 에너제틱한 인물이다. 표정도 못 숨길 정도로 곧이곧대로 나오는 투명한 인물인데 매진이 됐으니까 뛰면서 기뻐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뭔가 이상해서 잠깐 주저앉았던 적이 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첫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대한 가족 반응은 어땠을까.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때는 언니들이 영상 링크를 보내며 놀렸다고 밝힌 바 있다. 채원빈은 “한 번씩 장난으로 놀리긴 하는데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웃으며 “원래는 언니들이 격려를 많이 해준다. 이번 작품에서도 너무 고맙고 신기한 게 정말 시청자 입장에서 보더라. 이 장면이 너무 좋다거나 설렌다거나 등 깊이 공감하면서 시청자 입장에서 즐겨주니까 힘을 많이 얻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진=아우터유니버스
사진=아우터유니버스

 

장르 특성상 본인을 내려놓고 코미디에 임했지만 현타보다는 의지를 더욱 다졌다. 로맨틱하고 간질간질한 장면에서는 어떻게 표현할지 부끄러웠다가도 웃겨야 하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더 웃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채원빈은 “기본적으로 개그 욕심을 갖고 있는데 안효섭도 그랬다. 그래서 둘이 붙는 신에서 아이디어도 샘솟고 너무 재밌었다”며 “감독님도 웃긴 걸 굉장히 좋아한다. 아이디어를 내면 다 하자고 그래서 코믹한 장면은 더욱 재밌게 찍었다”고 화기애애했던 현장을 떠올렸다. 
 

극 중에서 담예진은 매튜 리와 사랑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서에릭(김범)의 짝사랑을 받기도 한다. 실제 상황이라면 누구에게 호감이 갔을 것인지 물음에 그는 “조금 부끄럽긴 한데”라고 잠시 고민하더니 “솔직하게 얘기하면 강무원(윤병희) 선배”라고 의외의 답변을 내놔 웃음을 불렀다. 강무원은 매튜 리의 사업 파트너이자 가장 든든한 지원군으로, 귀여운 허세와 더불어 능청스러운 입담을 갖고 있어 극의 웃음을 담당하는 캐릭터다. 

 

채원빈은 “진지하게 방송을 보면서 강무원이 너무 매력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들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강무원 같은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너무 재밌다”며 “아마 그렇게 느끼신 분들이 또 계실 것 같다. 유머러스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라고 웃었다. 


드라마에서 매튜 리와 담예진은 과거 상처를 완전히 극복한 뒤 일에만 매진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알콩달콩한 일상을 예고하며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는다. 엔딩 이후 담예진의 삶에 대해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예진이가 앞으로 잠을 잘 잘 것 같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항상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가 매튜 리로 인해서 사라졌다. 대본을 봤을 때 엔딩이 나오기 전에도 감독님에게 ‘예진이와 해석(매튜 리 본명)이가 마음 놓고 자는 장면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고 항상 말했었다. 아무 걱정 없이 꿈도 꾸지 않고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나오면 좋겠다고 소망했다”고 덧붙였다. 

 

채원빈은 “그래서 저는 우리 드라마 엔딩을 정말 좋아한다. 그렇게 계속 잘 살지 않을까”라며 “서로를 위하면서 농사도 짓고 각자 또 일하고 같이 식탁에 앉아서 밥 먹는 모습을 많이 상상했다”고 엔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아우터유니버스
사진=아우터유니버스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주연 배우 채원빈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작품이지만 동시에 그에게는 주연 무게감이 어느 때보다 컸던 작품이기도 하다. 채원빈은 “가져야 할 부담과 불필요한 부담이 있는데 이번엔 필요한 부담을 가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열심히 하고 진심으로 하는 건 어떤 작품이든 당연한데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나에게 있어야 하고 그 무게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처음 해보는 장르에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는 부담감이 엄청 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었지만 그 부담은 끝날 때까지 있었다. 작품이 오픈되기 전에도 있었고, 방영될 때도 있었고, 끝나고 나서는 그 부담감을 좋게 이용했나 생각도 든다. 다음 작품 들어가면 아마 똑같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채원빈은 유독 작품이 공개될 때마다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는 반응을 끌어내는 배우다. ‘스위트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야당’ 그리고 ‘오늘도 매진했습니다’까지 시청자들은 캐릭터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와 인상을 만들어내는 채원빈의 캐릭터 소화력에 깜짝 놀라곤 한다. 그는 “저야 다른지 모르겠지만 그런 반응을 들으면 어떤 부분에서 다르게 보시는 건지 궁금하긴 하다”고 말했다. 

 

다만 오로지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어떻게 보이는지는 굳이 신경 쓰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다. 채원빈은 “그런 것들을 신경 쓰다 보면 본질에서 벗어나게 될까 봐 의식적으로라도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 캐릭터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고 그걸 토대로 표현을 하는 게 유일한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SBS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SBS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2019년 데뷔 이후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어느덧 주연 배우로 우뚝 선 채원빈이다. 2001년생 또래 배우 중 유독 눈에 띄는 존재감이다. 차기작으로 벌써 퓨전 사극 ‘수성궁 밀회록’ 촬영을 앞두고 있다. 쉴 새 없이 작품 활동에 임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음에 “걱정이 많은데 욕심도 많은 것 같다”고 답한 채원빈은 “좋은 이야기나 캐릭터를 보면 너무 하고 싶지만 할 수 있을까 생각이 항상 공존한다. 그런데 보통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걱정을 이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마음이 순간순간의 원동력이 되어 주는 것 같다. 큰마음 하나를 원동력으로 잡고 움직이진 않는데 당장 눈앞에 놓인 신들을 봤을 때 잘 표현하고 싶고, 작품에 잘 녹아들고 싶은 욕심이 움직이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서는 “다음 장이 너무 궁금하다거나 저한테 와닿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야기가 좋은지 안 좋은지 따지는 게 아니다. 그동안 살아온 인생에서 중요한 게 있는데 이 감정과 이야기를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냐는 것이다. 재밌음에도 아직 아닌 것 같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기준이 될 수 있다”며 “감사하게도 회사에서도 제 의견을 많이 존중해준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SBS ‘런닝맨’을 통해 첫 예능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채원빈은 유재석, 양세찬과 팀을 이뤄 대표로 금고를 열고 금 획득에 성공했다. 방송에서도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이던 것에 대해 채원빈은 “죽기 전에 주마등으로 스칠 만한 순간이 아닐까 느꼈다”고 솔직하게 말을 꺼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리더 또는 대표의 자리가 얼마나 힘들까. 대표로 자물쇠 푸는 것도 근래의 인생에서 그렇게 긴박하고 긴장되는 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선배님들도 너무 좋았고 제작진도 친절했다. 다 같이 만들어 가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계속 들다 보니까 스스로 힘들어진 것”이라며 “주변에서 편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울어버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다”고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렸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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