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첫 울음이 들려오던 순간, 곁에 있어줄 수 없었다. 인생 최고의 순간, 가장 먼저 안아주고 싶었던 딸과 첫 만남을 뒤로 한 채, 태극마크의 책임을 선택했다. 아쉬움과 미안함은 더욱 간절한 동기부여로, 아내와 딸을 위해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가장 값진 선물을 준비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문장, 김승규(36·도쿄)의 이야기다.
“생후 4일 된 딸과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 생애 마지막 월드컵, 좋은 선물을 주고 싶다.”
2026 북중미월드컵에 나서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멕시코 입성 이틀째 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골키퍼 김승규는 “딸이 태어났는데 옆에 있어 주지 못해서 아내와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딸과 아내에게 좋은 선물이 될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2024년 모델 김진경과 결혼한 김승규는 지난 4일 득녀했다.
그만큼 간절하다. 2014 브라질 대회에서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그는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대회에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이번이 개인 4번째 월드컵 무대다. 4번의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어느덧 대표팀 최고참이 됐다. 그는 “매 월드컵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나갔다. 다만 이번엔 나이가 있어서 이전 월드컵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마지막이란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주전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홍명보호의 주전 골키퍼는 아직 공개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김승규는 조현우(울산), 송범근(전북)과 함께 멕시코 베이스캠프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팀 수문장은 10여 년간 김승규와 조현우가 양분해왔다. 김승규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와 조별리그 3차전에 출전해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문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조현우가 혜성처럼 등장해 주전 자리를 꿰찼다. 김승규는 조용히 칼을 갈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서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원정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김승규가 근소하게 앞서는 모습이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김승규를 가장 많이 기용했다. 김승규는 최근 A매치 4경기 중 3경기에 나서 180분을 소화했다. 조현우는 2경기 135분, 송범근은 1경기 45분이다.
32강부터 토너먼트가 시작되는 이번 대회 방식도 김승규의 손을 들어준다. 경기가 승부차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은 만큼 선방 능력이 더 중요하다. 김승규는 올 시즌 전후반 동점 시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리는 ‘J1 백년구상 리그’라는 특별 대회를 소화했다. 승부차기서 4승 2패를 기록하며 장점을 드러냈다. 또한 발밑이 좋아 상대의 전방 압박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체코전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김승규는 “체코전이 기대된다. 첫 경기 결과에 따라 대회 분위기가 결정돼 중요하다. 장신도 많고 크로스도 많이 시도해 골대만 지킨다고 다 막을 수 없다. 골키퍼로서 손을 쓸 수 있는 부분을 활용해 공중볼을 잡아 수비수를 돕는 게 제 역할”이라며 “(고지대 환경의 영향으로) 슈팅 연습을 했을 때 생각보다 빠르게 왔다. 남은 시간 감각적인 부분을 집중해서 준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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