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당일치기로?’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하는 이란 축구 대표팀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월드컵 조별리그 일정에 돌입하지만, 미국의 엄격한 출입국 규제 탓에 비자문제조차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까닭이다. 아볼파즐 파산디데 주멕시코 이란 대사는 “선수단이 경기를 치르는 당일에만 미국에 입국했다가, 끝나면 즉시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전 세계 어떤 나라가 경기 날에만 개최국에 입국하도록 하는가. 악의와 편파주의, 불평등”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란은 8일 베이스캠프지인 멕시코 티후아나에 도착했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 선수단은 전지 훈련지였던 튀르키예에서 전세기를 타고 이동했다. 이란은 이번 월드컵서 뉴질랜드, 벨기에, 이집트 등과 G조로 분류됐다. 조별리그 3경기 모두 미국서 치른다. 당초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서 베이스캠프를 차릴 예정이었으나 지난 5월 국경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로 변경했다. 2월 발발한 미국과의 전쟁 여파로, 보다 안전한 장소를 찾고자 했다.
한때 보이콧까지 고심했던 이란, 고민 끝에 월드컵에 나서기로 결정했지만 장벽이 많다. 비자 이슈가 대표적이다. 지난 6일 미국 입국과 대회 참가에 필요한 비자를 발급받았으나 반쪽짜리였다. 메흐디 타즈 이란 축구협회장을 비롯한 대표팀 관계자 일부가 비자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마저도 경기 당일 입·출국하는 조건이다. 이란의 베테랑 수비수 에흐산 하지사피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나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은 추가 비자 발급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입장이 강경한 까닭이다. 핵심 사안 중 하나는 이란혁명수비대(IRGC)다. 미국, 캐나다 등은 IRGC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타즈 회장이 해당 단체와 연관돼 있다. 앞서 4월 FIFA 총회가 열린 캐나다에 입국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우리는 스포츠와 관계없는 IRGC 관련 인물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의도대로 이란이 움직이게 될 경우 경기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듯하다. 이란은 오는 16일 뉴질랜드전을 시작으로 22일 벨기에, 27일 이집트와 차례로 맞붙는다. 티후아나에서 잉글우드까지는 230㎞ 떨어져 있다. 조별리그 세 번째 경기를 펼쳐지는 시애틀은 더 멀다. 당일치기로 일정을 소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주요 스태프까지 빠지면 더더욱 어려울 터. 이란축구협회는 “공정하고 차별없는 경쟁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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