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상의와 검은 하의를 입은 아담 올러(KIA)가 또 한 번 마운드를 지배했다. 다승부터 평균자책점, 탈삼진까지 투수 주요 3개 부문 맨 위에 이름을 올리며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로 우뚝 섰다.
올러는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과의 정규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이에 힘입은 KIA는 5-2 승전고를 울렸다.
4위 KIA는 이날 승리로 31승째(1무26패)를 작성, 3연패에 빠진 3위 삼성(32승1무23패)과 격차를 두 경기로 좁히며 상위권 추격의 고삐를 다시 조였다.
상대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1회 2사 후 구자욱에게 볼넷을 내준 뒤 무려 14명을 계속해서 범타 처리했을 정도다. 올러는 노히트서 마주한 6회 1사 후 김상준과 김지찬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곧바로 박승규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위기 관리 능력까지 번뜩였다.
7회 2아웃 상황서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전병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총 85구만 던져 이날 등판 임무를 마쳤다.
하루 만에 평균자책점, 다승, 탈삼진 3개 부문 선두를 동시에 접수했다. 시즌 12번째 등판서 7승(4패)째를 챙긴 올러는 앤더스 톨허스트(LG), 케일럽 보쉴리(KT)와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평균자책점은 2.63에서 2.39(75⅓이닝 20자책점)까지 낮춰 아리엘 후라도(삼성·2.61)를 제쳤고, 탈삼진도 82개로 곽빈(두산·75개)을 따돌렸다.
올해로 KBO리그 2년 차다. 올러는 지난해 한국 무대 첫 시즌에서 11승7패 평균자책점 3.62를 마크한 바 있다. 외국인 투수로서 충분히 제 몫을 해낸 성적이었다. 다만 팔꿈치 부상 여파로 시즌 중 부침을 겪은 탓에 완전히 만족스러운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다. KIA는 재계약으로 그의 손을 다시 잡았고, 이 선택이 올 시즌 꽃봉오리를 틔워내고 있는 듯하다.
더 날카로워진 구위를 앞세워 호랑이 군단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세부 지표서도 앞서간다.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2명 중 올러의 피안타율은 0.182,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0.93으로 모두 리그에서 가장 낮다. 쉽게 맞지 않고, 좀처럼 주자를 쌓지 않는 투수라는 뜻이다.
더욱 눈여겨볼 흥미로운 대목은 따로 있다. 올러는 올 시즌 KIA의 서드 유니폼, 이른바 ‘검빨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경기에서 유독 강하다.
KIA는 올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서드 유니폼을 도입했다. 빨간 상의와 검은 하의로 구성된 디자인은 전신인 해태 시절 왕조를 상징했던 유니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1983년 첫 우승, 1986~1989년 4연패 등 타이거즈의 영광을 함께한 색이기도 하다.
일요일 홈경기는 물론, 삼성과의 맞대결인 ‘달빛 시리즈’서도 이 유니폼을 착용 중이다.
올러와 찰떡궁합이다. 이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4월5일 NC전 7이닝 무실점, 지난달 24일 SSG전서 6이닝 무실점을 써냈다. 이번 삼성전 역시 7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세 경기 합산 20이닝 무실점 행진이다.
‘검빨’을 입은 에이스와 함께 호랑이의 반등 페이스도 점점 가팔라진다. 선발야구가 가속력을 얻을 수록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터. 이 중심에 선 올러가 마운드 위 힘찬 피칭으로 답을 내고 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