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성모병원이 급성 담관염과 폐쇄성 황달 등 빠른 처치가 필요한 췌담도 응급 질환에서 지역 내 치료 거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고열과 오한, 복통에 황달까지 겹치면 단순 소화불량으로 넘기기 어렵다. 담즙이 내려가는 길인 담도가 결석이나 종양, 염증으로 막힌 경우 급성 담관염이나 폐쇄성 황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감염이 동반된 담관염은 치료가 늦어지면 패혈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빠른 감별과 처치가 중요하다.
이때 가장 주된 치료 중 하나가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 ‘ERCP’다. 특수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넣어 담관과 췌관을 확인하고, 막힌 담석을 빼내거나 좁아진 담관을 넓히고 스텐트를 삽입하는 고난도 시술이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지만 장비와 고도로 숙련된 의료진, 응급 대응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부산성모병원은 이 같은 담도·췌장 응급 환자를 지역 안에서 치료하기 위해 췌담도 내시경 진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부산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진욱 과장은 ERCP 누적 6000례 이상을 시행했다. 여기에는 상급종합병원의 고난도 환자도 다수 포함됐다. 이 과장은 현재 급성 담관염과 폐쇄성 황달 등 응급 담도 질환 치료를 맡고 있다.
췌장·담도 질환은 진단 단계부터 쉽지 않다. 췌장은 위 뒤쪽 깊은 곳에 위치하고, 담도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통로다. 담관 내부 병변이나 수 밀리미터 크기의 췌장 병변은 CT나 MRI만으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내시경 초음파, ERCP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 적지 않다.
이진욱 과장은 “췌장이나 담도에 이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암이나 대수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담관결석, 담관염, 담도폐색, 담관 협착처럼 내시경으로 치료 가능한 질환도 많아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담도 질환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담관이 막히면 담즙 배출이 원활하지 못하고, 여기에 감염이 생기면 고열과 오한, 복통, 황달이 동반될 수 있다. 급성 담관염은 진행 속도가 빠른 경우가 있어 치료가 늦어지면 중증 감염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다.
ERCP는 이런 상황에서 담관 내부를 직접 확인하고 치료까지 시행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담관 안의 결석을 제거하거나, 좁아진 부위를 확장하고, 담즙 배출을 위해 스텐트를 삽입하는 식이다. 수술보다 회복 부담이 적고, 고령이나 기저질환으로 큰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도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과장은 “예전에는 수술부터 고려했던 환자 중에서도 정확한 평가 후 내시경 치료로 해결 가능한 경우가 있다”며 “특히 담도성 급성 췌장염, 폐쇄성 황달, 원인불명 급성 췌장염, 췌장암·담도암 감별이 필요한 환자에서 ERCP와 내시경 초음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ERCP는 숙련도가 중요한 고난도 시술이다. 췌장염, 출혈, 천공 등 합병증 가능성이 있어 시술 경험과 응급 대처 능력이 함께 요구된다. 국내에서 ERCP를 꾸준히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제한적이고, 장비와 인력 유지 부담도 크다. 지역 병원에서 해당 진료 체계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부산성모병원은 담도 응급 시술, 내시경 초음파 진단, 담도·췌장 종양의 내시경 치료를 한 병원 안에서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역 환자가 응급 상황에서 장거리 이동을 하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 기반을 유지한다는 취지다.
이진욱 과장은 “췌장·담도 질환은 조기 감별과 적절한 치료 시점이 예후에 영향을 준다”며 “고난도 시술은 무조건 수도권에서 받아야 한다는 인식보다, 지역 안에서도 충분한 경험을 갖춘 의료진을 찾아 치료 옵션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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