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여성형 탈모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비스테로이드 기반 신규 솔루션 가능성을 제시했다. 남성호르몬 억제제나 호르몬 요법 적용이 제한적이었던 여성형 탈모 분야에서 새로운 관리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모발학회(World Congress for Hair Research, WCHR)에서 여성형 탈모 관리 관련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세계모발학회는 모발과 두피 연구 분야의 주요 국제 학술대회로 꼽힌다.
여성형 탈모는 남성형 탈모와 달리 치료·관리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과제로 지적돼 왔다. 남성형 탈모 치료에 쓰이는 남성호르몬 억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고, 에스트로겐 기반 호르몬 요법 역시 부작용 우려와 적용 대상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이번 연구에서 비타민A 유래 비스테로이드 물질이 여성호르몬 수용체인 ‘ERα(Estrogen Receptor alpha)’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를 발표한 김재윤 LG생활건강 책임연구원은 해당 물질이 모낭 활성을 촉진하고 모발이 자라기 좋은 두피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평가에서는 모발 굵기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탈모 연구의 타깃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 탈모 연구가 주로 모유두세포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면, LG생활건강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활성화를 통해 모유두세포와 모낭 줄기세포를 함께 겨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 과정에는 AI 기술도 활용됐다. LG생활건강은 약 42만 개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AI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모낭 관련 단백질과의 결합 가능성, 작용 방식을 분석했다. 여성형 탈모와 관련된 지질대사 데이터와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을 통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ERα를 탈모 개선의 핵심 표적으로 도출했다. 이후 비타민A 유래 물질을 ERα 활성화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선정했다.
LG생활건강은 모발 두께 개선과 모낭 환경 개선을 목표로 개발 중인 신규 소재 ‘람시딜(Rhamsydil)’ 연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람시딜은 모낭 조직 실험에서 모발의 퇴행기 전환을 유도하는 인자인 DKK1(Dickkopf-1)의 발현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발 성장에 유리한 모낭 환경을 만드는 데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람시딜 역시 AI 기반 분석을 통해 발굴됐다. LG생활건강은 AI 시뮬레이션으로 방대한 후보 물질을 압축했으며, 기존 방식으로는 22개월 이상 걸릴 수 있는 탐색 기간을 하루 수준으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강내규 LG생활건강 CTO는 “이번 연구는 여성형 탈모 관리의 새로운 접근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LG AI연구원과 협력해 두피 노화 메커니즘 연구를 고도화하고, ‘스칼프 롱제비티(Scalp Longevity)’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두피·모발 케어 솔루션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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