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의 계절’이 돌아왔다. 퇴근길, 잔 가득 따른 생맥주 한 잔이 유독 반가워지는 시기다. 그런데 같은 브랜드의 생맥주라도 매장마다 맛은 다르게 느껴진다. 어떤 집에서는 첫 모금부터 청량하고 깔끔한데 어떤 곳에서는 쇠맛이나 비릿한 향, 김빠진 듯한 밍밍함이 먼저 올라온다.
같은 공장에서 나온 맥주인데도 가게마다 맛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관리’에 있다. 생맥주는 잔에 담기기 전까지 라인 세척, 탭 관리, 탄산압, 잔 상태, 온도, 보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오비맥주가 국내 최초 고용노동부 인증 기반 ‘생맥주 관리사(Master Draft Manager·MDM)’ 자격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맥주 품질을 업주의 감각과 경험에만 맡기지 않고 일정한 기준으로 교육하고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서울 중구 충무로 인현시장의 한 MDM 매장을 찾았다. 이곳은 MDM 1호점이기도 하다. 업주인 김희재 대표, 박준희 오비맥주 하이엔드 트레이드 마케팅 매니저, 김영준 오비맥주 유흥트레이드 마케팅팀 매니저를 함께 만났다.
◆같은 카스인데 왜 이 집은 다를까
이곳은 카스와 한맥 등 국내 생맥주만 다룬다. 국산 생맥주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두고 찾은 손님이라면 이곳의 카스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카스에서 인정한 맥주마스터로 같은 맥주라도 관리와 푸어링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김 대표는 일본식 푸어링을 통해 ‘부드러운 카스’와 날카롭고 뾰족한 탄산감이 느껴지는 ‘거품 없이 짜릿한 카스’를 선보인다. 하얀 거품이 가득한 ‘카스 밀코’도 있다. 부드러운 카스는 회전을 주는 푸어링으로 탄산감을 누그러뜨리고 그 위에 촘촘한 크림 거품을 얹는다. 거품이 금세 꺼지는 장식처럼 머물지 않고 맥주와 함께 입안으로 이어지면서 목 넘김을 부드럽게 만든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2곳의 매장을 두고 ‘한국에서 카스를 가장 맛있게 내는 업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차이는 맥주를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잔에 담고, 어떤 상태로 손님 앞에 내느냐에서 갈린다. 생맥주 한 잔의 마지막 품질은 공장이 아니라 매장에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합격률 50%, 엄격한 검증으로 지키는 일정한 맛
MDM은 생맥주 관리 역량을 검증하는 자격 제도다. 오비맥주는 매장마다 달랐던 생맥주 관리 수준을 일정한 기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취득 과정은 이론 교육, 실습, 온라인 시험, 현장 실기 등 4단계로 구성된다. 교육에서는 위생 관리, 라인 세척, 탄산압 조절, 잔 관리, 보관 등 고품질 생맥주 제공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다룬다. 생맥주가 매장에서 안정적으로 제공되기까지 필요한 지식을 종합적으로 배우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업주가 원한다고 곧바로 명패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박 매니저는 “시험과 실기를 통과해야 자격이 부여되며 합격률은 현재 50% 안팎”이라며 “한정된 시간 안에 탭 분해와 헤드 청소, 라인 관리 등을 수행해야 해 현장 경험이 있는 업주에게도 만만한 과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증 이후에도 관리는 이어진다. MDM 자격은 1년 단위로 갱신되며 오비맥주에서 업장의 품질 유지 상태를 확인한다. ‘인증 명패’가 실제 생맥주 품질로 이어져야 제도 신뢰도도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 통 가까이 버리던 시행착오… MDM 1호의 출발점
김 대표가 MDM 1호점 타이틀을 얻은 것도 결국은 ‘현장의 문제’에서 출발했다. 그는 “혼자 가게를 운영하며 생맥주에 대해 궁금한 점은 많았지만 계절 변화에 따른 세팅이나 거품 문제를 명확히 설명해주는 기준을 찾기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탄산압과 온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맥주가 제대로 추출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버리는 양도 늘었다. 김 대표는 오비맥주 측에 교본이나 데이터가 있다면 공유해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MDM 준비 과정과 맞물리며 필요한 정보를 얻고 문제를 하나씩 풀어갈 수 있었다.
김 대표가 가장 크게 체감한 부분은 압력 관리였다. 특히 여름철에는 상온의 영향을 많이 받아 맥주 추출 상태가 흔들리기 쉽다. 김 대표는 “계절이 바뀌면 세팅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걸 몰랐을 때는 맥주를 반 통 가까이 버리기도 했다”며 “왜 그런지 알게 되면서 막막함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생맥주의 매력이 관리자의 개입에서 더 선명해진다고 본다. 어떤 잔을 쓰는지, 어떤 온도로 제공되는지, 거품을 어떻게 세팅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따르는지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관리된 한 잔, 입소문이 되다
오비맥주가 MDM 제도를 통해 기대하는 변화는 생맥주를 바라보는 기준의 전환이다. 생맥주 품질은 브랜드 선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김 매니저는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업장에서도 품질 유지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매장이 입소문을 탄 데에도 잘 관리된 생맥주 맛이 크게 작용했다. 김 대표는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맥주로 ‘카스’를 꼽는다. 그는 국산 맥주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처음 가게를 열었다. 이후 해당 매장이 카스와 한맥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평가가 쌓이면서 손님이 늘었다.
김 대표는 “꼼꼼히 관리된 데서 비롯된 맛있는 생맥주 한 잔은 결국 재방문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생맥주는 술이면서 동시에 매장 위생과 기술, 운영 습관이 결합된 결과물”이라며 “내가 마시지 못할 것은 손님에게도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MDM 매장 카스 맛있게 마시려면
김 대표가 운영하는 MDM 매장에서는 마시는 순서도 하나의 경험으로 제안된다. 김 대표는 처음 방문한 손님에게 ‘카스 밀코’를 먼저 맛본 뒤 다른 생맥주를 주문해보길 권한다. 밀도 있는 거품과 부드러운 질감을 먼저 느낀 뒤, ‘부드러운 카스’나 ‘거품 없이 짜릿한 카스’를 비교하면 같은 카스라도 푸어링 방식에 따라 맛과 목 넘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감하기 쉽다. 밀코의 경우 거품은 시간이 지나면 빠르게 꺼지는 만큼, 잔을 받은 뒤 가능한 한 빨리 마시는 편이 좋다. 딱 한잔만 마셔야 한다면 시그니처 ‘짜릿한 카스’를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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