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는 지난 2021년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이 부문을 수상한 이후 거둔 두 번째 쾌거다. 이번 수상이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평론가들의 보수적인 장벽을 철저히 대중의 힘으로 정면 돌파했다는 점에 있다.
AMA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 그래미 어워즈와 함께 미국의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 어워즈가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어 보수적이고 공급자 중심적인 성향을 띠는 반면, AMA는 철저하게 일반 대중의 투표와 음원 스트리밍 데이터 등 소비자 기반의 지표로 수상자를 가린다. 즉 올해의 아티스트를 거머쥐었다는 것은 현재 미국 대중이 가장 많이 소비하고 사랑하는 진짜 주류 음악임을 보여주는 성적표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면서도 미국 음악 산업의 높은 보수적 장벽과 마주해야 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21년부터 2023년, 이들은 3년 연속으로 그래미 어워즈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 주요 외신들 역시 방탄소년단의 압도적인 성과와 글로벌 파급력을 근거로 이들의 수상 가능성을 매우 높게 점쳤다. 그러나 유독 비영어권 아티스트와 유색인종, 그리고 K-팝이라는 장르에 보수적이었던 그래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수상이 불발된 바 있다.
이번 AMA의 결과는 현재 그래미의 보수적 평가가 시장의 실제 흐름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이 제친 후보들의 면면은 화려함 그 자체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진 미 현지 최고의 음원 강자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해,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한 배드 버니, 전설적인 팝의 거장 브루노 마스, 퍼포먼스와 가창력으로 이름 높은 레이디 가가 등 북미 음악 시장을 대표하는 초대형 팝스타들이 경쟁 상대였다. 이들을 모두 제치고 아시아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이 대중 투표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은, 이들의 인기가 특정 코어 팬덤만의 리그를 넘어 미국 전역의 대중문화 깊숙이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북미 평론가나 관계자들이 설정해 놓은 제도권 시상식의 기준보다 전 세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고 만들어내는 트렌드의 힘이 더 강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을 향했던 ‘아시아 그룹’이라는 한계와 색안경을 오직 음악과 대중성의 힘으로 깨부쉈다.
과거 외신들의 찬사 속에서도 그래미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아쉬움은 남아있지만 팝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의 귀와 손가락은 이미 방탄소년단을 올해의 주인공으로 택했다. 이제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K-팝의 글로벌 확장’이라는 말에 가두기 어렵다. 이들은 미국 음악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축이자 팝의 본고장에서 새로운 규칙을 써 내려가는 진정한 ‘팝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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