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스타] 亞 사로잡고 고전을 꿈꾸다…10주년 뮤지컬 ‘팬레터’ 이규형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팬레터는 당대 문인들의 모임인 구인회의 일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창작 뮤지컬이다. 작품은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작가 지망생 정세훈, 그리고 비밀에 싸인 존재 히카루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2016년 초연 이후 사랑받아온 팬레터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예술의전당 공연의 열기는 고스란히 대학로 앵콜 공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2018년 대만 진출을 시작으로 중국과 일본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2025년 중국뮤지컬협회 연례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영국 웨스트엔드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영미권 진출의 발판까지 마련했다.

 

이 여정의 중심에는 초연부터 10년 동안 김해진 역을 지켜온 배우 이규형이 있다. 26일 이규형은 “이렇게 10년 동안 이 역할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라며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김해진을 연기하는 매 순간이 정말 재밌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배우 한 명이 하나의 배역을 10년 동안 지속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매 시즌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며 배역을 발전시켜 왔다. 이규형은 “초연 때는 대본 그대로 인물을 바라보았지만 지금은 매 시즌 다음을 고민하며 연구한다”라고 고백했다. 

 

소설가 김해진은 실존 인물인 작가 김유정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폐결핵이라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마지막 소설을 완성하고자 목숨을 바치는 인물이다. 지망생 정세훈이 만들어낸 가상의 여인 히카루가 보낸 편지를 받고 그 편지 속 인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아름답고도 슬픈 서사를 이끌어간다.

 

이규형은 김해진의 매력에 대해 “인간미”라며 “김해진은 작품 완성에 대한 집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나약하고 못난 모습을 복합적으로 지닌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어떤 시즌에는 글만 쓰는 작가로 살았고, 또 어떤 시즌에는 사랑을 붙잡으려는 집착 어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 덕분에 김해진은 이제 배우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공연 기간이 아닐 때도 책을 읽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남긴다”며 “연차가 쌓일수록 내가 확신을 가지고 연기하는 모습 자체가 바로 김해진이라는 믿음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팬레터는 지난 3월 예술의전당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올렸다. 팬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아래 오는 6월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소극장에서 예술의 전당까지, 지난 10년 사이 작품의 규모는 커졌지만 이규형은 초창기 소극장의 세밀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정세훈이 김해진에게 정체를 밝히는 장면은 상대 배우에 따라 매번 감정을 다르게 표현했다. 감정 소모가 커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이러한 변화 덕분에 슬럼프를 겪지 않고 10년의 세월을 즐겁게 버텨낼 수 있었다.

 

해외 공연에서의 기억도 배우로서 큰 자산이다. 이규형은 대만 국립오페라하우스 공연 당시를 떠올리며 “2000석 규모의 객석이 가득 찬 모습과 관객들의 집중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예술은 국가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관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어 “뮤지컬 팬레터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하나의 ‘고전’으로 남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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