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자기관리의 결실이다.
한화가 배출한 전설적인 두 좌완, 송진우와 류현진이 마침내 같은 자리에 섰다. 류현진이 개인 통산 20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 20년 동안 수술과 재활을 거듭하면서도 묵묵히 커리어를 이어온 그의 집념은 과거 송진우가 보여준 도전정신과 똑 닮아있다.
국내 야구 역사에 또 다른 한 획을 그었다. 류현진은 지난 24일 2026 신한 SOL KBO리그 두산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동안 6피안타 2실점(2자책)으로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시즌 5승째를 수확한 류현진은 한·미 통산 200승 고지를 밟게 됐다. 프로 통산 200승은 송진우가 2006년 8월 29일 KIA전에서 달성한 이후 약 20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송진우는 1989년 빙그레(한화 전신)에 입단해 21년간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통산 672경기 출전해 210승 153패 1048탈삼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만 43세까지 마운드를 지킨 그는 불펜과 마무리를 오가면서 103세이브, 17홀드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프로야구 40주년(1982~2022) 기념 레전드 40인에 이름을 새겨넣었다.
불굴의 의지, 닮은 꼴이다. 송진우는 동국대 재학 시절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은 뒤 1년간의 재활 끝에 프로에 데뷔했고, 선수 생활 중에도 끊임없는 팔꿈치 통증과 싸워야 했다. 우려 속에서도 2003년 왼쪽 팔꿈치 수술을 무사히 극복해 낸 송진우는 2009년 은퇴할 때까지 철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2006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류현진 역시 7시즌 동안 연평균 178⅔이닝,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며 암흑기 팀의 마운드를 홀로 지켰다. 당시 야구계에선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승리를 책임지는 모습에 류현진을 ‘소년 가장’이라 부르기도 했다.
류현진은 이 활약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MLB) 무대로 향했다. 빅리그 연착륙은 신속했다. 201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에 올랐고, 2014년에는 26경기 15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38, 탈삼진 139개를 기록하며 팀의 확고한 3선발로 활약했다. 하지만 부상 악령이 찾아왔다. 2015년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2016년 7월 복귀했으나 부상이 재발해 왼쪽 팔꿈치 괴사조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재기 가능성에 대한 주변의 의구심을 보란 듯이 지워냈다. LA다저스와 재계약한 2019년은 커리어의 정점이었다. 29경기 182⅔이닝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을 냈다. 아시아 출신 투수 역사상 최초로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뿐만 아니다. 한국인 최초 사이영상 투표 2위, 내셔널리그 올스타전 선발 투수라는 영예를 안았다.
202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둥지를 옮긴 뒤에도 활약을 이어간 류현진은 MLB 통산 78승을 달성하고 2024년 친정팀 한화에 복귀했다. 올 시즌 역시 에이스의 가치는 빛나고 있다. 선발 투수들의 부상 속에서도 류현진은 9경기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3.42로 로테이션을 지키며 전력의 중심을 잡고 있다.
한·미 통산 200승 고지를 정복한 류현진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송진우가 2009년 현역 은퇴 전까지 세운 프로 통산 최다승(210승) 타이틀이다. 류현진은 “시간이 흘러 나이가 더 들면 구속은 떨어지겠지만, 타자와 끝까지 싸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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