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세대교체의 중심엔 아이돌 출신 제작자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투자자나 경영인이 아니라 현역 아티스트로서의 감각을 제작 과정 전면에 담아낸다. 이름값이 출발점이라면 이를 뒷받침하는 건 결국 검증된 실력이다.
◆보이넥스트도어, 지코 끌고 하이브 밀고
KOZ엔터테인먼트는 약 4년 반의 준비 끝에 2023년 보이넥스트도어를 데뷔시켰다. 가요계에서 알아주는 트렌드 리더 지코의 손을 거쳐 탄생한 그룹이다. 지코는 2014년 첫 솔로곡을 발표해 일찌감치 제작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코가 데뷔 앨범의 총괄 디렉터 및 메인 프로듀서를 맡은 만큼 보이넥스트도어 음악의 퀄리티를 향한 기대도 적지 않았다.
팀명은 친근한 ‘옆집 소년들’이지만 실력은 평범하지 않았다.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유기적으로 풀어내며 청춘의 감수성을 자극했고 공감을 자아내는 일상의 이야기로 젠지 세대에게 성큼 다가섰다. 보이넥스트도어 멤버들은 지코의 작업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배움을 얻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에서 지코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난다. 지코의 든든한 지원사격은 계속된다. 다음달 8일 발표하는 첫 정규앨범 홈(HOME)의 타이틀곡 바이럴(VIRAL)도 지코의 손에서 탄생했다.
여기에 하이브라는 든든한 배경이 더해져 글로벌 무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지코는 2020년 KOZ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자본력과 유통망을 등에 업었다. 지코의 크리에이티브 능력과 하이브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보이넥스트도어는 미니1집부터 5연속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 차트인에 성공했다. 이는 동시기 데뷔한 K-팝 그룹 중 유일한 성과다. 최근 세 장의 앨범 모두 밀리언셀러를 달성했고, 지난해 세계 최대 음악 축제인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에도 올랐다.
◆‘2세대 최강자’ 김재중, 공격적 행보
스타 출신 제작자는 팬덤의 니즈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데뷔 전의 불안부터 데뷔 후의 슬럼프까지 몸소 겪은 이들만이 줄 수 있는 조언과 방향성도 존재한다. 검증된 길을 걸으며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한류와 현지화, 신드롬급 팬덤을 두루 경험한 김재중은 이를 발판으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김재중 인코드 CSO는 2024년 걸그룹 세이마이네임을 론칭했다. 7인조 다국적 멤버 가운데 아이즈원 멤버로 활동했던 히토미는 김재중과의 대화를 계기로 인코드행을 결심했다. 한일 양국에서 정상급 성공을 경험한 김재중의 존재 자체가 소속 가수들에게 큰 버팀목이 된다는 방증이다. 세이마이네임은 1년여 동안 네 개의 앨범을 발표하며 경험을 쌓은 끝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올초 미니앨범 앤드 아워 바이브(&Our Vibe)의 타이틀곡 유에프오 어텐션(UFO ATTENT!ON)으로 데뷔 1년3개월만에 첫 음악방송 1위에 올랐다.
김 CSO는 더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연습생 공개 프로젝트 인더엑스(INTHE X)를 통해 공개된 11명 중 5명이 지난 4월 키빗업(KEYVITUP)으로 데뷔해 데뷔 앨범으로 미국 아이튠즈의 케이팝 뮤직비디오, 아마존 뮤직 베스트 셀러 송즈 1위 등의 성과를 냈다. 나머지 6인으로 구성된 베이온(VAY ONN)이 오는 6월 데뷔 준비 중이다.
K-팝 산업은 연습생 육성과 데뷔, 팬덤 구축, IP 확장 등으로 확장된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신인을 발굴하며 성공이 재생산되는 구조다. 김 CSO는 최근 포럼에서 “K-팝은 음악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거대 플랫폼으로 봐야 한다”며 “히트곡을 만드는 산업이 아니라 히트곡이 제작되는 구조를 만드는 산업이다. IP 기반의 글로벌 문화 생산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사업 확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재범, 몸으로 뛰는 제작자
스타 출신 제작자의 이름값은 팬덤 형성과 미디어 노출에서 감당해야 할 초기 마케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그중 박재범은 ‘유명세 마케팅’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재범은 AOMG, 하이어뮤직을 거쳐 2022년 연예기획사 모어비전을 설립했다. 지난 1월 데뷔한 롱샷은 오랜 기간 아이돌 육성 계획을 밝혀왔던 박재범이 선보인 첫 보이그룹이다. 당시 박재범은 “내 커리어를 돌아보면 계속 도전하며 선입견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계속 프론트맨으로 활동하기 보다는 자격있는 친구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롱샷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던 데는 박재범의 남다른 홍보 전략이 있었다. 데뷔 초부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방송과 행사에 함께 등장했고, 최근에는 합작 믹스테이프 포쇼보이즈 볼륨 2: 포쇼빌(4SHOBOIZ Vol. 2: 4SHOVILLE)을 발표하며 그룹의 얼굴을 자처했다. 대표와 소속 아티스트의 관계를 넘어 패밀리십 안에서 하나의 팀으로 비전을 공유하며 협업한 결과물이다.
‘박재범과 아이들’이라는 관계성엔 탄탄한 실력도 뒷받침 됐다. 롱샷은 데뷔 앨범부터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멤버들이 곡 작업 전반에 참여했다. 데뷔 앨범 샷 콜러스(SHOT CALLERS)는 데뷔 약 두 달 만에 1억 스트리밍을 달성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각종 콘텐츠에서 묻어나는 거침없는 날것의 매력에 자체 제작 역량도 롱샷의 강점이자 차별점이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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