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라는 표현을 듣자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을 이끄는 리유일 감독은 분노했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내고향은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와의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에서 전반 44분 김경영이 터뜨린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하고 우승을 달성했다.
기자회견에는 북한 여자 축구 클럽으로 처음 방한해 아시아 최강에 오른 리 감독과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김경영이 참석했다. 리 감독은 “내고향은 창립된 지 14년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 팀이 아시아 1등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경애하는 (김정은) 총비서 동지와 당의 따뜻한 사랑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 정말 기쁜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순간을 위해 어려운 고비를 이겨내면서 지휘에 따라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끝으로 우리가 1등을 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로 지지해 주고 받들어준 가족들과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이제 시상식은 끝났고,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대회 경험과 교훈을 살려 세계 무대에서 보다 더 좋은 성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경영은 “최우수선수로 당선된 걸 긍지로 여긴다”며 “나 하나가 아니라 팀의 모든 선수, 감독, 동지들이 뒤에서 힘 있게 밀어줬기에 이런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은 순조롭게 이어지는 듯했으나, 막판 분위기가 싸해졌다. 리 감독은 “‘북측’ 여자 축구의 수준이 높다”고 운을 뗀 국내 취재진의 질문을 끊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내고향 측 통역관은 “국호를 제대로 불러달라”며 “저 사람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불러야 하나”라는 말을 뒤로한 채 기자회견장을 그대로 떠났다.
북한은 줄곧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신 '북한'이 사용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기자회견 종료 후 내고향 선수들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다. 굳은 표정으로 통과한 뒤 버스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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