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아니고 천식? 밤마다 ‘쌕쌕’ 숨소리, 두 달 넘는 기침의 경고

밤마다 기침이 심해진다. 누우면 목이 간질거리고, 새벽에는 숨을 쉴 때마다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 감기약을 먹어도 그때뿐이고, 열이나 몸살은 뚜렷하지 않다. 이런 증상을 단순 감기 후유증으로 넘겼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침이 8주 이상 이어지면 의학적으로 ‘만성 기침’으로 분류한다. 이 경우 단순 감기보다 천식, 비염, 위식도역류, 만성기관지염 등 다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특히 밤이나 새벽에 기침이 심해지고, 가만히 누웠을 때 숨소리에서 ‘쌕쌕’거리는 천명음이 들린다면 천식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트병원 내과클리닉 김이형 원장(호흡기알레르기 내과 전문의/의학박사)은 “기침이 두 달 정도 지속되면 만성 기침으로 본다. 만성 기침을 일으키는 여러 원인 가운데 천식은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확인할 수 있고, 진단되면 바로 치료로 이어질 수 있어 호흡기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천식이라고 하면 갑자기 숨을 쉬지 못해 쓰러지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 성인 천식은 처음부터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기침, 답답함, 숨이 차는 느낌, 밤에 심해지는 기침처럼 애매한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성인 천식은 ‘완치’보다 ‘조절’에 가까운 질환이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병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면 곤란하다. 천식은 만성 기도 염증성 질환으로 잘 조절이 되지 않는 상태로, 방치되면 감기 바이러스, 먼지, 각종 알레르기 물질, 찬 공기, 흡연, 미세먼지 등에 의해서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김이형 원장은 “천식은 증상이 없는 기간이 있어 환자들이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도 염증이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흡입기 같은 약물로 염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최근 치료의 핵심은 환자의 증상이 없는 상태이더라도, 일정 수준의 약물을 통해서 기도의 염증을 줄이고 급성 악화를 줄이는 것이다.

 

천식 치료의 기본은 흡입 스테로이드다. ‘스테로이드’라는 말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도 많지만, 흡입형 스테로이드는 먹는 약이나 주사제와 다르다. 약물이 폐와 기도에 직접 작용하는 방식이라 전신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감기와 천식은 동반 증상으로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 감기는 대개 콧물, 발열, 몸살, 인후통 같은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나고 며칠 지나면서 호전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반면 천식은 열이나 인후통 없이 기침, 숨참, 쌕쌕거림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감기 바이러스가 천식을 악화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어 초기 구분은 쉽지 않다. 감기에 걸린 뒤 기침만 유독 오래 남거나, 밤마다 기침이 심해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면 천식 악화를 의심해야 한다.

 

김이형 원장은 “감기 바이러스는 천식을 훨씬 중한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트리거다. 감기와 천식이 함께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신 증상 여부, 기침 지속 기간, 밤이나 새벽에 심해지는 양상 등을 함께 봐야 한다.”

 

생활 환경도 천식 조절에 큰 영향을 준다.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각종 먼지, 반려동물 털, 꽃가루 등 알레르기 유발 요인은 기도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침구를 자주 세탁하고 실내 습도를 관리하며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환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비만도 천식 조절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중년 이후 체중이 늘면서 천식 증상이 생긴 경우라면 체중 관리가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흡연은 일반 담배뿐 아니라 전자담배도 피해야 한다.

 

의외의 자극 요인은 향초와 디퓨저다. 실내를 좋은 향으로 채우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지만, 예민한 기도를 가진 사람에게는 기침과 호흡 불편을 유발할 수 있다.

 

천식은 완치가 어렵지만 제대로 치료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다. 기침이 오래 가고, 밤마다 심해지고,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감기로만 넘기지 말고 호흡기내과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김이형 원장은 “천식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지만, 충분한 치료를 받으면 조절하면서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기침이 오래 가거나 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호흡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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