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에 뛰어든 SOOP의 여정에 남자프로농구(KBL) 소노의 이정표가 필요해 보인다.
미디어 플랫폼 기업 SOOP(숲)이 V리그에 뛰어든다. 모기업 적자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던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한다. 단순히 구단 간판만 바꾸는 수준, 7개 구단 체제 유지를 위한 극약처방에 그쳐선 안 된다. 완벽한 구단 인수와 정상화로 KBL의 패러다임을 바꾼 소노의 성공 교본을 참고할 만 하다.
대명소노그룹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은 10개 구단 체제 붕괴 직전의 KBL을 막아낸 구원투수였다. 애초 오리온이 농구단 매각을 결정하면서 매물로 나왔고, 2022년 5월 대우조선해양건설 자회사 데이원자산운용이 인수했다. 이들은 특수목적법인(SPC)인 데이원스포츠를 설립하고, KBL 최초 캐롯손해보험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으며 캐롯 점퍼스라는 이름으로 코트에 나섰다.
알맹이는 부실했다. 데이원스포츠는 KBL 1차 가입비 5억원 지급을 개막 직전까지 미루더니, 2023년 1월부터는 선수단, 코칭스태프, 구단 사무국에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KBL은 데이원스포츠를 제명했다. 소노의 등장은 여기서 시작됐다. 데이원스포츠를 인수하는 동시에 선수단 18명 전원을 조건 없이 그대로 품었다. 이 뿐만 아니다. 코칭스태프, 구단 사무국 직원들까지 고용을 승계했다. KBL 가입금 15억원도 일시불로 납입했다.
KBL의 노력도 한 몫을 했다. KBL은 당장 선수들의 밀린 임금을 데이원스포츠의 가입금 등을 활용해 우선 변제하도록 조율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10개 구단 체제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그의 축소, 연맹 입장에서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KBL은 리그의 정상 운영과 자존심, 규정 등이 더 중요했다. 데이원스포츠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더 꼼꼼하게 소노의 가입을 진행했다.
소노 역시 인수가 확정되자마자 선수단과 즉시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소노는 별도 법인이 아닌 지주사의 직접 운영 방식을 택하며 신뢰도를 끌어올렸다.
진정성 있는 투자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소노는 올 시즌 전력분석 코치 출신 손창환 감독 체제 하에 만개했다. 정규리그에서 28승 26패(승률 0.519)를 기록하며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선 SK와 LG를 연달아 셧아웃으로 완파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는 기적을 썼다.
시선은 SOOP으로 향한다. 아직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공식적으로 리그 가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선수단, 사무국 등 고용 승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모른다. 무엇보다 앞서 창단한 IBK기업은행, 페퍼저축은행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가입금 및 발전기금으로 V리그에 합류하는 만큼 진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2의 페퍼저축은행 사태’가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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