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없던 지난 날을 뒤로한 채 이제 두려움을 알기에 더 강해졌다. 그룹 르세라핌이 강인함의 새 정의를 통해 ‘피어리스 2.0’의 첫 페이지를 연다.
오늘(22일) 오후 1시 공개되는 르세라핌의 정규2집 ‘퓨어플로우 파트1((PUREFLOW pt.1)’은 그간의 여정을 통한 다섯 멤버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앨범이다. 허윤진은 “성장한 르세라핌의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에 기쁘다.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음악과 메시지, 우리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멤버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송캠프에 직접 참석해 앨범 작업을 거쳤다. 한 곡 한 곡 새로움을 위해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물이 11개의 수록곡에 담겼다. 더 견고해진 팀워크와 긍정적인 에너지가 듣는 이들에게도 힘을 불어넣을 앨범이다.
◆‘피어리스’에서 퓨어플로우’로
‘퓨어플로우’를 준비하며 도전과 성장을 거듭했다. 늘어난 곡 수만큼 작업 기간도 길었고, 녹음만 약 두 달에 거쳐 진행됐다. 카즈하는 10번 트랙 ‘트러스트 엑서사이즈(Trust Exercise)’를 언급하며 “트랙만 있는 상태에서 멤버들와 세션을 통해 완성한 곡이다. 인생의 첫 경험이라 긴장도 됐지만 신선하고 뿌듯한 마음이 크다”라고 돌아봤다. 사쿠라는 “예전엔 녹음하며 ‘잘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면, 이번엔 ‘어떻게 불러야할까’ 고민이 많았다. 성량이 커진 것 같다”고 변화를 전했다.
‘퓨어플로우’는 르세라핌이 두려움을 알게 되며 생긴 변화와 성장을 노래한다. 2022년 ‘두려움이 없다’는 슬로건으로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를 발표했던 이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 ‘두려움을 알기에 더 강해질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멤버들은 기획 초기부터 참여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멤버와 회사 간에 거듭된 논의 끝에 다다른 건 ‘원점’이었다. 홍은채는 “4주년을 거치면서 르세라핌의 새 챕터를 열자는 의견이 나왔고, 다시 ‘피어리스’로 돌아가 앨범의 주제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만일 지금의 르세라핌이 4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땠을까 상상했다. 그는 “당시엔 두려움이 없기에 강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면, 지금은 나의 두려움을 알고 있기에 더 강해졌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애너그램(철자의 배열을 바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 방식으로 팀명 르세라핌이 탄생한 것처럼 이번 앨범명도 애너그램을 활용하고자 했다. 고전소설 프랑켄슈타인 속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기에 오히려 강하다(FOR WE ARE NOT FEARLESS, AND THEREFORE POWERFUL)’는 문구를 키 메시지 삼아 그중에서도 ‘파워풀(POWERFUL)’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파워풀’의 철자를 재배열해 ‘퓨어플로우’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이를 르세라핌이 새롭게 정의하는 강인함이자 키워드로 삼았다.
돌이켜보면 자신감과 패기로 가득 찼던 데뷔 초였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무대를 즐길 여유가 생겼다는 것. 허윤진은 “그동안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마주하며 나와 서로를 재발견했다. 동질감과 유대감이 쌓이면서 훨씬 더 끈끈해졌다. 더 성장한 우리가 같은 주제를 재해석해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의미를 찾았다.
◆붐팔라 정신, 세계로
리드싱글 ‘셀러브레이션(CELEBRATION)’으로 내면의 힘을 강조했다면, 이어 활동할 타이틀곡 ‘붐팔라(BOOMPALA)’는 그 힘을 바탕으로 나아가는 순간을 그린다. 르세라핌에게 ‘두려움’은 절대적인 감정이 아니다. 반복되는 ‘붐팔라’ 리듬에 맞춰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공(空)과 무(無)의 개념에서 영감을 받았고, 글로벌 히트곡 ‘마카레나’를 샘플링해 친근하게 다가온다.
‘붐팔라’는 전체가 영어 가사로 이뤄져 있다. 스페인어로 된 데모곡을 받았던 멤버들은 곡이 담은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입에 잘 붙는 가사는 영어가 적합하다고 뜻을 모았다. 홍은채는 “‘붐팔라’는 ‘두려움을 유쾌하고 긍정적인 주문으로 승화시키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영어 가사라며 그 메시지가 전 세계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까. 이전에 발표한 영어곡도 한국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이번에도 좋아해 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반야심경에서 모티프로 삼은 점도 독특하다. 분별과 집착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깨달음은 두려움을 바라보는 르세라핌의 시선과 맞닿아 있다. 생각에 따라 두려움조차 허상일 수 있다는 것. ‘Everything’s empty so everything’s clear(모든 게 비어 있어서 더 선명해)’, ‘Nothing’s forever so nothing’s to fear(영원한 건 없어 그래서 두려울 것도 없어)’ 등의 가사에 르세라핌이 말하고자 하는 ‘붐팔라’ 정신이 깃들어 있다.
‘붐팔라’는 르세라핌이 직접 느끼고 변화한 순간들을 표현한 곡이다. 카즈하는 “데뷔 때는 ‘피어리스’ 자체였다. 내가 최강이라는 마인드로 활동했는데, 점점 기대치도 높아지고 욕심도 많아졌다”고 돌아보며 “두려움과 불안도 생겼지만, 그 감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 힘든 시간이 있기에 성장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생각과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사쿠라는 5년간 꾸준히 쓰고 있는 일기를 통해 변화를 체감했다. 그는 “주로 힘든 일을 일기에 쓰는데, 몇 년 후에 보면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당시의 고민은 해결되어 있었다”며 “당장은 감정들이 크게 느껴지지만 미래의 내가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주제가 자연스럽게 와 닿았다”고 답했다.
◆피보다 진한, 르세라핌
말하지 않아도 같은 마음을 나눈다.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함께하는 멤버들의 영향도 컸다.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 가까운 이들에게 털어놓으면서 연대를 느꼈다. 허윤진은 “힘든 일을 꺼내는 게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더 단단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멤버들을 통해 알게 됐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퓨어플로우’ 트레일러에도 멤버 간의 끈끈한 관계성이 드러난다. ‘피보다 더 진한 물’이라는 주제를 담은 해당 영상에 대해 허윤진은 “혈연이 아니더라도 같이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눈물을 나누는 관계 속에서 큰 힘을 얻게 된다. 우리끼리도 사소하지만 힘이 되는 순간들이 많다”면서 “집에 와서 새벽까지 놀고, 같이 훠궈를 먹으러 가고 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멤버 김채원의 활동 불참이다. 소속사에 따르면 김채원은 목 부위 통증으로 인해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 김채원은 이날 인터뷰에도 불참했다. 예고된 대학 축제, 행사, 음악방송 등도 김채원을 제외한 4인조로 활동하게 된다.
김채원의 빈자리에 멤버들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붐팔라’ 인트로부터 김채원의 몫이 크기 때문이다. 허윤진은 “표정 연기가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채원)언니가 많은 부분을 맡아줬다. 특히 유쾌함을 확 살려주는 역할을 많이 해줬다. 르세라핌의 관계성을 표현한 곡 작업에서도 언니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비록 초기 활동은 함께할 수 없지만 사전에 촬영된 콘텐츠 등을 통해 5인조 ‘붐팔라’도 공개될 예정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게 살던 다섯 멤버가 모여 르세라핌으로 다시 태어났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모여 지금의 관계를 만들었다. 유독 끈끈한 관계성의 이유를 묻자 사쿠라는 “모두 내향적이라 친구가 우리밖에 없다”고 웃음을 터트리며 “다른 친구들도 있지만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고 서로 공통점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허윤진은 “오해가 생길 때도 있지만, 용기 내어 서운함을 털어놓는 편이다. 솔직한 표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기에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규앨범으로는 2023년 ‘언포기븐(UNFORGIVEN)’ 이후 약 3년 만이다. 그간 첫 월드투어로 무대 경험을 쌓았고, 커리어하이를 달성한 싱글 ‘스파게티(SPAGHETTI)로 각종 글로벌 차트를 빛내며 또 한 번 르세라핌표 음악을 각인시켰다.
도쿄돔 입성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카즈하는 “4년간 꿈을 이뤄왔다. 언젠가는 꼭 서보고 싶었던 도쿄돔 공연을 이룰 수 있어 신기하더라. 그 순간 ‘이 팀이면 앞으로도 꿈을 이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멤버들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 기세를 몰아 오는 7월 인천을 시작으로 새로운 월드투어 ‘퓨어플로우’를 개최한다. 총 23개 도시 32회 공연으로 첫 월드투어보다 확장된 규모를 예고하고 있다. 허윤진은 “계속 규모가 커지는 만큼 책임감이 생긴다. 이번엔 처음 가보는 도시도 많고 특히 유럽투어는 처음이라 더 기대된다”며 “패션위크 방문차 유럽을 방문했을 때, 알아봐 주시는 피어나(팬덤명) 분들을 만나니 신기하더라. 그곳에서 공연할 생각을 하니 더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쿠라 역시 “지난해 월드투어가 큰 전환점이 됐다. 이전엔 관객의 텐션에 따라 좌우됐다면, 이젠 우리가 (분위기를) 이끌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빛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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