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비린내 나는 저수지의 공포가 한국 극장가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영화 살목지가 김혜윤의 열연에 힘입어 누적 관객 수 318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공포 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다.
영화 살목지는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포착된 뒤, 이를 재촬영하기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무언가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공포물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는 지난 19일 누적 관객 수 318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2003년 개봉한 장화, 홍련의 314만 명 기록을 뛰어넘은 수치다. 이에 따라 살목지는 23년간 한국 공포 영화 흥행 1위 자리를 지켜온 장화, 홍련을 제치고, 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공포 영화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다.
흥행 속도도 주목할 만하다. 살목지는 개봉 39일째인 지난 17일 315만 관객을 넘어서며 이미 장화, 홍련의 기록을 추월했다. 올해 개봉작 가운데서는 왕과 사는 남자(1627만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더 주목할 대목은 흥행의 지속성이다. 개봉 6주 차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살목지는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며 장기 흥행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첫 장편 영화에 도전한 이상민 감독, 공포 장르에 처음 출사표를 던진 배우들이 만들어낸 신선한 앙상블은 한국 공포 영화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그 중심에는 김혜윤이 있다. 김혜윤은 극 중 기이한 소문이 떠도는 살목지로 촬영팀을 이끄는 PD 수인 역을 맡아 이야기의 축을 단단히 붙잡았다. 동감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는 첫 공포 장르 도전에서도 흔들림 없는 연기력을 증명했다.
김혜윤은 “워낙 공포물을 좋아하니 시나리오도 너무 재미있고, ‘물’이라는 소재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제가 맡은 수인이라는 캐릭터도 기존 공포 영화 캐릭터들과 다르게 피로하고 지쳐 있는 모습이 더 매력적”이라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공포 영화에서 주연 배우의 얼굴은 곧 관객이 공포를 받아들이는 통로다. 실체 없는 두려움을 설득해야 하는 장르일수록 배우의 감정선은 더욱 중요하다. 김혜윤은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쌓아 올리며 수인이라는 캐릭터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불안을 과장하지 않으며 장면마다 감정의 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켰다.
김혜윤은 “감독님께서 수인은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라고 하셨다”며 “그래서 공포감 자체보다 그 안에 깔린 감정들, 죄책감이나 지쳐 있는 상태에 집중하려고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보다, 안에서 계속 무너지고 있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재 업고 튀어(tvN)의 임솔 역으로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뒤 선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김혜윤에게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사랑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청춘의 얼굴로 대중에게 각인됐던 김혜윤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한 뼘 더 넓혔다.
김혜윤은 “아무래도 제가 할 몫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은 많이 한다. 미리 준비도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데, 그건 쉽지 않더라. 80% 정도를 준비해서 가면 현장에서 채워진다는 걸 배웠다. 다른 배우분들이 캐릭터에 잘 녹아주셔서 저도 더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팀워크를 자랑했다.
이상민 감독은 김혜윤에 대한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공포 장르의 주인공은 궁금증을 유발해야 하는데, 김혜윤 배우는 존재만으로도 사연이 있어 보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김혜윤은 대사보다 눈빛으로 관객을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인다.
살목지의 흥행은 관객 수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23년간 이어진 한국 공포 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쓴 동시에 장르 영화에서도 배우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확인시킨 사례가 됐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