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BC 인기 드라마 로스트가 처음 방영된 2004년 아시아계 배우가 미국 드라마의 중심인물을 맡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 그 벽을 처음 허문 이들이 대니얼 대 킴과 김윤진이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글로벌 스크린 곳곳에서 한국계 배우의 이름이 주연 크레딧을 채우고 있다.
◆한국계 배우 길 개척한 선구자 대니얼 대 킴
로스트는 한국계 배우도 중심인물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선구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대니얼 대 킴과 김윤진은 당시 아시아 배우로서는 최초로 미국 드라마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았다. 부산에서 태어나 2살 때 가족과 함께 이민 간 대니얼 대 킴은 로스트에서 권진수 역을 맡으며 국내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로스트 이전에도 스파이더맨2·헐크 등 여러 영화에서 단역으로 얼굴을 비친 그는 30년 넘게 할리우드에서 한국계 배우의 길을 개척했다. 로스트로 시리즈 전체에 걸친 활약을 선보이며 마침내 주연급 자리에 오른 그는 미국 CBS 인기 수사극 시리즈 하와이 파이브 오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2019년에는 자신의 제작사 3AD를 통해 한국 드라마 굿 닥터 미국 리메이크를 주도하며 일곱 시즌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지난해에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버터플라이에서 주연과 총괄 프로듀서를 동시에 맡았다. 또 연극 옐로우 페이스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 2025년 토니상 연극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해당 부문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최초 한국계 주연 그레타 리
지난해 개봉한 디즈니의 초대형 SF 블록버스터 트론: 아레스는 할리우드 극장 개봉작 최초로 한국계 배우가 주연을 맡아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이자 엔컴의 CEO 이브 킴 역을 맡아 자레드 레토와 함께 공동 주연으로 활약했다. 그레타 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 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개봉 당시 내한한 그레타 리는 “할리우드 영화의 홍보를 위해 한국에 올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해본 적이 없다”며 “특히 할리우드 최초의 한국인 주연 영화여서 더 믿어지지 않게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그레타 리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커리어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2023년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주인공 노라 역을 맡아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으며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과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같은 해에는 소니픽쳐스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라일라 역으로 활약했다. 오는 6월에는 전 세계가 기다려 온 토이 스토리 5에서 메인 빌런 역을 맡아 또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낸다.
◆저스틴 민, 넷플릭스 글로벌 인기 시리즈 주연
넷플릭스 글로벌 인기 시리즈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는 한국계 배우 저스틴 민이 주연으로서 시즌4까지 활약 중이다. 그가 맡은 벤 하그리브스는 분량이 많지 않은 캐릭터였으나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시즌3부터 당당히 메인 주연으로 올라섰다. 극 중 서울에서 태어났다는 캐릭터 설정과 더불어 한국어로 욕설하는 등의 장면은 더욱 반가움을 안겼다. 또 한국계 코고나다 감독이 연출한 SF 휴먼 영화 애프터 양에서는 타이틀롤인 안드로이드 로봇 양을 연기하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하이틴 스타나 히어로물 배우를 넘어 깊이 있는 예술 영화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한국인 부모를 둔 저스틴 민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 재미교포다. 부모는 지금도 그와 한국어로 대화한다. 어린 시절부터 한국 교회를 다니는 등 한국 문화를 유지하며 생활했다.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 참석차 내한했을 당시 “성인이 되고 배우가 된 다음에는 새롭게 한국인의 문화와 한국인으로서의 감사함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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