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막을 내렸다. 해피엔딩을 맞은 주인공들과 달리 제작진과 제작사는 수습에 급급한 모양새다.
지난 16일 방송된 ‘21세기 대군부인’(대군부인) 마지막화에서 왕이 된 이안대군(변우석)은 기득권의 권력 유지를 끊기 위해 왕실을 폐지했다. 이 과정에서 성희주(아이유)의 내조가 한몫 했다. 예산으로 압박하는 민정우(노상현)에 맞서기 위해 캐슬가의 재력을 활용했고, 대비(공승연)의 도움으로 민정우의 악행을 폭로했다. 국민 투표로 군주제가 막을 내리며 이안대군은 이완으로, 성희주는 캐슬뷰티 대표로 복귀해 엔딩을 맞았다.
초반 우려를 낳았던 배우들의 연기력은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감을 찾았다. 위기를 겪으며 더 단단해진 이안대군과 성희주의 관계만큼 변우석과 아이유의 케미스트리도 한층 빛났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이제 막 시작된 신혼부부의 설렘을 그리며 달콤한 로맨스를 완성했다. 더불어 대비 역 공승연의 안정적인 발성과 연기가 재조명되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로맨스만으론 부족했다. 입헌군주제 세계관을 향한 대중의 기대와 실망은 비례했고, 판타지를 방패 삼아 앞선 10회를 전개해온 제작진은 지난 16일 결국 사과문을 게재했다. 11회 왕위 즉위식 장면에 관한 시청자의 비판은 피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극 중 대한민국이 독립적인 입헌군주제를 유지하는 가상 세계관임에도, 왕이 제후국 군주를 상징하는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황제국에 예속된 국가에서 사용하는 “천세”를 외쳤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조선 시대 사대 예법을 그대로 차용한 설정이 대한민국의 자주적 위상을 훼손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제작진은 “가상의 세계관과 실제 역사적 맥락이 맞물리는 지점을 더욱 세밀하게 설계하지 못했다”며 오류를 인정했다. 향후 재방송과 VOD, OTT 서비스에서는 해당 장면이 수정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각종 설정이 발목을 잡았다. 대군의 섭정과 신분제, 왕실의 호칭과 문화 등의 세세한 설정을 두고도 지속해서 문제가 제기됐다. 위기의 상황 모두 화재로 표현되었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중국식 다도법을 차용해 찻잔을 엎는 성희주와 대비의 장면도 도마에 올랐다.
‘대군부인’은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을 주축으로 가상의 세계관을 설정한 대체 역사물이다. 시청자를 설득하려면 기본을 지키면서도 탄탄한 고증과 설정을 거쳤어야 한다. ‘가상’이라는 설정이 만능 열쇠는 아니다. 역사를 뒤틀고 은근하게 왜곡된 문화를 주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시청자를 그저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본 제작진의 책임 부재에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당대 최고 스타의 만남, 300억 대의 제작비,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던 '대군부인'이다. 시작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만큼 높은 화제성도 뒤따랐다. 다만 곧장 두 자리 수를 돌파한 시청률의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도 아니다. 판권 판매와 광고 수익 등으로 제작비를 회수했다 하더라도 작품의 완성도는 놓치게 됐다. 결국 반쪽짜리 성과를 안고 퇴장하게 됐다.
숱한 설정 지적에도 줄곧 눈 감고 귀 막았던 제작진이 종영 직전에야 사과문을 발표했다는 점도 오점으로 남았다. 작품의 여운을 이어가려는 제작사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본집 출간 담당 업체는 16일 “제작진이 수정을 예고한 일부 의례 표현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정 사항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판 제작 및 출고가 이미 진행된 만큼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수정본 제공, 환불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배우들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유사한 논란에서 배우들이 직접 사과에 나선 선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대중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말 많던 ‘대군부인’이 탈 많은 엔딩을 맞게 됐다. 세계로 뻗어나갈 K-드라마로서의 책임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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