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야구, 정면승부 쾌투’
지난 첫 선발 등판의 불안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정우주(한화)가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완벽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팀의 확실한 5선발 자원으로 눈도장을 찍은 셈이다. 1실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유연함과 안정적인 구위는 김경문 한화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기 충분했다.
정우주는 올 시즌 18경기에 불펜으로 등판하다 지난 2일 KIA와의 원정경기서 처음으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초반 흐름은 완벽에 가까웠다. 정우주는 1회 14개의 공으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2회에 무너졌다. 김도영에 볼넷을 허용한 이후 나성범에게 안타를 맞았다. 잇따라 주자를 내보내자 더욱 흔들렸다. 2사 만루 상황에서 박민과 박재현에게 연속으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대목은 뼈아팠다. 결국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윤산흠과 교체됐다.
김 감독은 정우주를 믿었다. 이날 상대 에이스 안우진과 선발 맞대결을 벌이게 됐지만, 이러한 승부가 오히려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 감독은 “항상 선발이 5이닝 이상 소화해 주길 바라는데, 정우주가 오늘 잘 던질 것 같다”고 믿음을 보냈다.
실제로 이날 정우주의 투구는 거침 없었다. 총 73구 중 무려 60구가 직구(약 82%)였을 정도로 사실상 원피치에 가까운 승부를 펼쳤다. 최고 구속 155㎞, 평균 150㎞대를 넘나드는 묵직한 구위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정우주는 “주무기가 직구이기 때문에 직구를 많이 쓰려고 했다”며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안에 많이 넣으려고 집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운드 위에서 한층 침착해진 모습도 엿보였다. 2회 볼넷을 허용하며 영점이 흔들리는 듯 했으나, 후속 타자인 김건희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스스로 위기를 탈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4회 몸에 맞는 볼로 주자를 내보낸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실점을 최소화 했다.
최종 성적은 4이닝 1피안타 4탈삼진 1실점. 4회 브룩스에게 허용한 안타도 페라자의 글러브를 맞고 나온 행운의 안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3회 들어 구속이 조금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으나 삼자범퇴를 이끌어내는 등 선발투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를 두루 보여줬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허인서도 정우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인서는 “정우주가 좋은 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 컨디션에 따라 제일 좋은 공으로 많이 하려고 했다. 결과도 잘 따라왔다”며 “(정우주는) 직구가 원래 좋은 선수다. 변화구도 스트라이크존에 잘 들어와서 정우주의 직구가 더 살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우주는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투구를 했다. 종전 한 경기 최다 투구는 지난해 10월22일 대구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기록한 67구다. 정규 시즌에는 같은 해 9월15일 대전 키움전(54구)이 투구수가 가장 많았다. 정우주는 “감독님이 관리를 잘 해준 덕분에 준비를 잘할 수 있었다. 딱히 힘들진 않다”며 “(다음 등판에선) 오늘보다는 적은 투구수로 많은 이닝을 끌고 싶다. 그리고 실점을 최소한 줄여서 타자들이 점수를 낼 수 있게 돕겠다. 앞으로도 (감독님이) 던지라고 할 때까지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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