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축하 샴페인을 한껏 뒤집어쓴 뒤에도 ‘웅과 훈’은 형제였다. 서로를 치켜세우다가도 금세 티격태격 농담을 주고받았다. KCC의 남자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제패는 허씨 형제의 미소 속에 한층 특별한 순간들을 여럿 아로새겼다.
KCC는 2025~2026시즌 프로농구 챔프에서 소노를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정규리그 6위 팀의 우승은 KBL 역사상 처음이다. 이 대파란에서 허씨 형제를 빼놓을 수 없다.
허웅은 챔프전 평균 18.6점, 3점슛 성공률 47.9%로 외곽에서 힘을 냈다. 허훈은 메인 볼핸들러 역할은 물론 수비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을 펼친 바 있다. 더불어 5경기 평균 9.8어시스트를 마크, 플레이오프(PO)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허씨 가족에게도 뜻깊은 새 역사다. 허훈이 우승 트로피를 품으면서 아버지 허재 전 감독, 형 허웅에 이어 국내 프로농구 최초 ‘삼부자 챔프전 우승’ 서사가 완성됐다.
시리즈 MVP도 빼놓을 수 없다. 허 전 감독은 1997~1998시즌 챔프전 준우승에도 PO MVP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첫째 아들 허웅은 2023~2024시즌 KCC 우승과 함께 PO MVP를 차지했다. 여기에 허훈은 정규리그 MVP(2019~2020)에 이어 PO MVP까지 거머쥐며 아버지와 형도 해보지 못한 이력까지 더했다.
형제에게는 2년 전 기억도 선명하다. 당시 허훈은 KT 유니폼을 입고 첫 우승에 도전했고, 허웅은 KCC의 간판으로 그 앞을 막아섰다. 형은 정상에 올랐고, 동생은 문턱에서 멈췄다. 시간이 흘러 둘은 같은 팀에서 다시 챔프전을 맞았다. 이번엔 상대가 아니라 동료였다.
우승 뒤 허웅은 먼저 동생을 치켜세웠다. 허웅은 “(허)훈이는 처음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동생이지만 농구선수로서 항상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형제가 같은 팀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며 “오늘만큼은 훈이가 챔피언인 것 같다. 멋있다. 인정하겠다”고 웃었다.
허훈도 형에게 화답했다. 허훈은 “FA로 KCC에 온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로 증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웅을 향해서는 “2년 전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팀이 정말 힘들 때, 또 필요할 때 꼭 한 방을 넣어주는 선수”라며 “(형 같은) 그런 선수는 찾기 쉽지 않다. 그런 강인함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했다.
형제다운 농담도 이어졌다. 허훈이 허웅의 클러치 능력을 두고 ‘깡다구를 존경한다’고 표현하자, 허웅은 곧장 “나는 너 대견하고 멋있다고 했는데, 그 표현은 뭐냐”고 미소를 뛴 채로 단어 정정을 요청했다.
이에 ‘강인함’이라는 순화 표현이 나온 것. 허훈이 PO MVP가 발표되는 순간 긴장했다고 하자, 허웅은 “나는 내가 받을 줄 알았다”고 짓궂게 말했다. 허훈은 곧장 “그건 말도 안 된다”고 웃었다. 삼부자 MVP 비결을 묻는 말에는 “어머니 덕분이다. 아버지까지 ‘아들 셋’을 키우셨다”고 말해 취재진 모두를 박장대소케 했다.
물론 힘든 시간도 있었다. KCC는 ‘슈퍼팀’이라는 시선 속에 정규리그 내내 부상과 엇박자에 시달리면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을 겪었다. 허웅 역시 “희로애락이 많았다. 온갖 소리를 들으며 자존심도 상했지만 묵묵히 견뎠다”고 했다. 허훈도 “정규리그 때는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PO에선 좋은 선수들과 뛰는 게 즐겁고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봄 농구 들어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맞물리듯 파죽지세를 자랑했다. 코트 위 야전사령관인 허훈의 역할이 컸다.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허웅이 본 허훈의 변화도 컸다. 그는 동생을 향해 “챔프전에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고, 팀을 위해 수비와 패스까지 기꺼이 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축 선수가 희생하자 팀 전체가 화답하듯 호응했고, 선수들이 열심히 뛰게 됐고, 하나로 뭉쳐져서 우승까지 닿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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