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팀 승리가 먼저…‘진정한 살림꾼’ 한화 잭 쿠싱, 짧지만 강렬했던 6주의 헌신

프로야구 한화 잭 쿠싱.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한화 잭 쿠싱.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짧은 만남, 긴 여운’

 

불펜의 한 줄기 빛이었던 잭 쿠싱(한화)이 오는 15일 떠난다. 긴급 수혈된 쿠싱은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짊어졌다. 본래 보직인 선발이 아닌 마무리라는 낯선 임무에도 묵묵히 마운드에 올랐다. 주 3회 이상 등판하는 일정 속에서도 살림꾼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장 절박했던 순간 팀을 책임졌던 그의 투혼은 강렬한 잔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운명처럼 맞닿았다. 한화는 오웬 화이트의 부상으로 비상등이 켜진 마운드에 쿠싱을 영입했다. 최고 시속 150㎞ 초반대 직구 구속을 가진 우완투수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라스베이거스 피프티원스(뉴욕 메츠 산하) 소속으로 38경기 출전해 다승 1위(11승)를 기록했다. 올 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도 초청된 바 있다.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 적임자로 낙점됐다. 6주 총액 9만 달러(한화 약 1억3000만원)에 도장을 찍고, 지난달 5일 새벽 입국과 동시에 합류했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4월12일 KIA전 홈경기 선발로 나선 첫 등판에서 3이닝 3실점으로 고전했다. 평균 150㎞를 밑도는 구속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프로야구 한화 잭 쿠싱.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한화 잭 쿠싱.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다음 등판을 준비하던 찰나, 불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4월14일 삼성과의 홈경기서 8회초 등판한 김서현이 밀어내기 볼넷과 폭투로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6-5 역전까지 허용했다. 더 이상 지켜볼 여유가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누구에게도 뒷문을 맡기기 힘든 상황에서 쿠싱을 마무리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쿠싱은 김 감독의 믿음에 곧바로 응답했다. 4월16일 삼성전 ⅔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한화의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4월21일 LG전(1⅓이닝), 23일 LG전(2이닝) 등 멀티 이닝을 책임지기도 했다. 특히, 5월 들어서는 열흘간 무려 5경기에 등판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프로야구 한화 잭 쿠싱.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한화 잭 쿠싱.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쉴 틈 없는 연투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쿠싱은 마무리로 등판한 13경기 중 9경기에서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 7일 KIA전 1이닝 무실점을 기점으로, 9일과 10일 LG전까지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마무리 투수로서 기록은 압도적이다. 15⅔이닝 동안 삼진을 22개나 솎아내는 사이, 볼넷은 단 5개만 허용했다. 볼넷 1개를 내줄 때 삼진 4.4개를 잡아낸 꼴이다. 이닝당 평균 1.4개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9이닝당 볼넷은 2.8개 수준으로 효율적인 피칭을 이어왔다.

 

하지만 동행은 여기까지다. 부상에서 회복한 화이트가 복귀하기 때문이다. 화이트는 오는 16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쿠싱은 한화 유니폼을 벗게 됐다. 팀을 위해 보직까지 변경하며 헌신했던 쿠싱의 빈자리는 남은 불펜진이 나눠서 짊어져야 한다.

 

한화는 당분간 상황에 따라 불펜 자원들이 번갈아 마운드에 오르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다. 최근 극심한 부진으로 2군행 통보를 받은 김서현의 공백 속에 윤산흠, 이민우, 이상규 등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박상후 기자 psh6554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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