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굉장히 제겐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골대 그물이 잘려 나가는 순간, 이상민 KCC 감독의 표정엔 오랜 시간이 겹쳐 보였다. 선수로서, 또 코치로, 그리고 이젠 사령탑으로. 그가 다시 한 번 정상에 섰다.
KCC는 13일 고양 소노 아레나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소노를 76-68로 꺾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통산 7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현대모비스와 함께 최다 우승팀으로 올라섰다.
2년 전 정규리그 5위 우승에 이어, 이번엔 남자프로농구(KBL) 사상 최초 정규리그 6위 우승이라는 새 기록도 남겼다.
선수 시절 ‘컴퓨터 가드’로 코트를 지휘했던 이 감독에게도 특별한 밤이었다. KCC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그는 선수 시절 챔프전 우승을 경험했고, 2023~2024시즌엔 코치로 정상에 섰다. 그리고 이번 시즌 감독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BL서 선수-코치-감독으로 우승한 건 김승기 전 소노 감독, 전희철 SK 감독, 조상현 LG 감독에 이어 이 감독이 역대 4번째다. 무엇보다 한 팀서만 이 모든 과정을 완성한 사례로는 첫 기록이다.
경기 후 이 감독은 벅찬 표정으로 “솔직히 선수 때 했던 여러 우승보다 감독으로서 이룬 이번 우승이 더 큰 의미로 와닿는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때와 달리 감독으로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선수들을 어떻게 기용하고, 어떤 작전을 짤지 고민하면서 잠도 잘 못 잤다. 선수로 우승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이 자리를 맡겨주시지 않았다면 사실 코치, 감독으로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애정 어린 시선과 깊은 관심을 보내주신 KCC 회장님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늘에서 보고 계실 (고 정상영) 명예회장님과 아버지가 많이 생각이 난다. 특히 아버지께서 감독으로 꼭 우승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 약속을 지킨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KCC의 올 시즌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개막 전 허훈을 자유계약(FA)으로 영입하며 허웅, 최준용, 송교창, 숀 롱까지 갖춘 ‘슈퍼팀’으로 불렸지만, 정규리그 내내 부상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결과는 28승26패, 6위로 가까스로 봄 농구 막차를 탔다.
플레이오프(PO) 무대서 달랐다. 파죽지세로 내달린 것. 6강에서 DB를 3연승으로 넘었고, 4강에선 정관장을 3승1패로 눌렀다. 챔프전에서도 돌풍의 소노를 상대로 1~3차전을 내리 잡으며 흐름을 틀어쥐었다.
이 감독은 “1차전을 잡아야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수들이 1∼3차전에서 정말 잘해줬다”며 “4연승으로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욕심이었다. 오늘이 마지막 경기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슈퍼팀을 구성 중인 멤버들을 향해서도 엄지를 치켜 세웠다. “선수들이 6강, 4강 PO를 거치며 굉장히 힘들었다. 주전들이 평균 30분씩 뛰었다”며 “나에게는 슈퍼팀 5명 모두가 MVP”라고 했다.
주연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을 가장 힘든 시기로 꼽으며 “언급은 안 했지만 장재석, 최진광, 윤기찬, 김동현, 윌리엄 나바로 등이 PO 진출까지 버텨줬다. 그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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