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멋있는 팀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처음 맞은 봄 농구에서 자신들만의 꽃을 피워냈다. 프로농구 소노의 여정은 비록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찬란하고 뜨거웠다.
소노의 2025~2026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13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5차전에서 패하며 1승4패로 마침표를 찍었다. 정상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창단 최초로 오른 플레이오프(PO) 무대에서 챔프전까지 닿은 여정만으로도 충분히 값졌다.
순탄한 날이 드물었다. 오리온 농구단을 인수한 데이원스포츠가 운영난과 임금 체불 끝에 3년 전 한국농구연맹(KBL)에서 제명됐고, 선수단은 한때 무소속 신세에 놓였다.
당시 코치였던 손창환 현 감독이 선수들에게 밥이라도 사주기 위해 일용직 현장까지 나갔을 정도다. 이때 소노트리니티그룹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선수단 전원을 승계하면서 끊길 뻔했던 고양 농구도 새 이름으로 다시 출발했다.
곧장 꽃길이 열린 건 아니었다. 소노는 창단 후 두 시즌을 모두 8위로 마쳤고, 지난 시즌에는 사령탑 교체 혼란도 두 차례나 겪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손 감독 역시 프로 사령탑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초보’ 꼬리표가 붙었다.
그러나 선수, 프런트, 전력분석원, 코치를 두루 거친 그는 이 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였다. 소노의 지원, 그리고 손 감독의 믿음와 선수단의 의지가 하나로 뭉쳤다.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물은 그냥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굴곡진 과정이었다. 올 시즌 9위까지 내몰렸다. 신뢰가 두터웠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시즌 막바지 10연승을 질주하며 정규리그를 5위로 마쳤다. 대진표를 둘러싼 ‘상대 고르기’ 논란 속 자존심을 건드린 SK를 6강 PO에서 3전 전승으로 눌렀다.
기세를 탔다. 4강에서는 정규리그 1위이자 디펜딩챔피언 LG마저 3연승으로 밀어냈다. 정규리그 우승팀이 4강 PO서 스윕패로 탈락한 것도 KBL 역사상 처음이었다. 소노의 챔프전 진출이 얼마나 큰 반전이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중심에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정현과 케빈 켐바오, 네이던 나이트가 있었다. 셋은 정규리그에서 2709점을 합작해 팀 전체 득점 4275점의 63.4%를 책임졌다. 여기에 비시즌 허리 수술과 시즌 중 갈비뼈 골절을 딛고 돌아온 이재도가 봄 농구에서 ‘슈퍼 조커’로 힘을 보탰다.
신인 강지훈은 대표팀 선수로 성장했고, 2년 차 이근준도 PO라는 큰 무대에서 존재감을 새겼다. 성적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함께 챙긴 시즌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 단단해져 돌아올 소노가 기다려진다. 처음 피워낸 봄꽃은 아직 결실의 단계가 아니다.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이다. 패배가 익숙했던 팀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챔프전 시리즈를 마친 뒤 손 감독은 “선수들이 못난 감독을 만나 고생 많이 했다. 고맙고 미안하다”면서 “이게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선수들과 합심해 다음 시즌 더 멋있는 팀으로 돌아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스타 군단 KCC라는 마지막 벽은 높았다. 소노에겐 선수층의 한계가 보였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창단 첫 챔프전 진출로 가능성은 증명했지만, 더 높은 도약을 위해서는 전력 보강의 필요성도 함께 확인한 셈이다.
서준혁 구단주는 직접 경기장을 찾아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확인했고, 창원과 부산 등 원정길에 오른 응원단의 비행기 이동을 지원하며 힘을 보탰다. 커진 기대와 구단의 의지가 맞물린 만큼, 다가올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소노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손 감독 역시 조심스레 챔피언에 도전하기 위한 과제로 “선수층이라든지 많은 부분에 있어 보완을 해야 할 듯싶다”면서도 “여러 가지 상황을 살펴보면서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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