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그렇게만 해줘도 고맙더라.”
한때는 성에 차지 않았던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가 이제는 반가운 기록이 됐다. QS는 ‘믿음직스러운 선발’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 기준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소 기준인 6이닝 3자책점을 평균자책점으로 환산하면 4.50이다. 2026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4.47보다도 살짝 높다. 압도적인 호투라기보다는 마운드 위 선발투수가 기본 임무를 해냈다는 쪽에 가깝다.
그런데 올 시즌 KBO리그에선 이 기본선마저 귀해지고 있다. 21세기 들어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는 3만688차례 팀 선발 등판에서 QS가 1만1970회 나왔다. 이 25시즌 동안 평균 성공률은 39.0%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12일까지 372차례 팀 선발 등판 중 QS가 116회에 그쳤다. 성공률은 31.2%다.
아직 시즌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현재 페이스만 놓고 보면 선발투수가 6회까지 버티는 장면 자체가 예년보다 줄었다. 이대로라면 2001년 이후 최저였던 2009년(33.8%), 나아가 지난해(33.9%)보다도 저조한 수치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현장의 시선도 복잡하다. 레전드 투수 출신인 이강철 KT 감독은 QS를 두고 “6이닝 3점이면 2이닝에 1점씩 주는 것 아니냐. 정말 잘 던진 투구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곧장 현실론을 덧붙였다. “요즘은 그렇게만 해줘도 고맙다. 타자들이 워낙 강하지 않나. 선발이 잘 버텨서 경기만 만들어주면 후반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국내 선발투수 쪽에서 더 두드러진다. 올 시즌 국내 투수의 선발 등판은 208차례였고, 이 가운데 QS는 51차례뿐이었다. 성공률은 24.5%. 2013년 이후 이 부문 집계에서 가장 낮다. 국내 선발투수가 네 번 등판해도 QS는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셈이다.
QS 순위표 최상단에서 국내 선발투수의 이름을 찾기 어렵다. 올 시즌 QS 1위는 8차례를 기록한 아리엘 후라도(삼성)다. 상위권 상당수도 외국인 투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투수 중에서는 곽빈(두산)이 5회로 가장 앞서 있고, 소형준, 오원석(이상 KT), 김진욱, 나균안(이상 롯데), 최민석(두산) 등이 4회로 뒤를 잇는다.
이닝 소화력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13년 국내 선발투수의 평균 투구 이닝은 5.3이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5이닝 마지노선마저 흔들린 지 오래다. 2023년 4.86이닝, 2024년 4.67이닝, 2025년 4.76이닝에 이어 올 시즌도 4.8이닝에 머물고 있다.
QS는 최소 6이닝을 필요로 하는 기록이다. 평균 5회도 채우기 어렵다면 이 기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야구인은 “당장 눈앞의 성적을 쫓을 수밖에 없는 KBO리그 기조 속에서 잠재력을 갖춘 신인 투수들도 프로 입성 후 1, 2년 차에 1군 불펜으로 먼저 쓰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 흐름에선 선발 투수를 길게 보고 키우는 게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선발 평균 이닝이 짧아지고 국내 선발 QS 성공률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시대다. 6이닝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동시에 KBO 선발야구의 씁쓸한 현주소이기도 하다. 믿고 맡길 국내 선발이 줄어들면서 국제무대서 아쉬움을 반복 중인 ‘K-마운드’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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