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는나이 마흔을 맞이한 1987년생이자 스무 살부터 자취 중인 미혼 남성인 동시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산업부의 유통팀 소속 기자의 지난주 영수증을 통해 최근 트렌드를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올해가 포켓몬스터 출시 30주년이라고 한다. 이에 다양한 업계에서 포켓몬과 협업 상품을 앞다퉈 출시 중이다. 초등학생 시절 만화책과 TV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포켓몬을 접한 국내 ‘포켓몬 1세대’인지라 분명 눈길은 가는데 ‘이건 사야 해’라는 마음이 드는 제품은 없었다. 대부분 기존 상품에 피카츄 등 인기 포켓몬의 이미지가 새겨진 정도여서 ‘영포티 아재’의 향수를 자극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덕분에 지갑 방어를 잘 하고 있었는데 최근 퇴근길 집 근처 편의점에 발견한 ‘이것’ 앞에서는 마치 누군가 톡 건드려주길 바란 도미노처럼 기꺼이 무너져 내렸다. 삼립이 지난 7일 출시한 포켓몬 30주년 기념 포켓몬빵 5종으로, 포장지에 그려진 리자몽, 이상해꽃, 피카츄, 야도란, 이상해씨, 파이리, 꼬부기는 1996년의 오리지널 일러스트(스기모리 켄 작가)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사반세기 전인 1990년대 후반.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방과 후 집으로 가는 버스의 정류장 근처에, 지금은 한국에서 철수한 편의점 ‘로손’이 있었다. 그곳에서 하루 용돈 500원을 어떻게 쓸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했는데, 때로는 로손에서만 파는 슬러시를 샀고, 때로는 인형뽑기 기계에 동전을 넣었으며, 때로는 따조가 들어있는 치토스를 구매했다.
고민이 사라진 시기가 있었으니, 포켓몬빵이 나온 1999년 세기말이었다. 친구들끼리 포켓몬빵 속 스티커(띠부띠부씰)을 경쟁적으로 수집하면서 그날의 용돈은 무조건 포켓몬빵에 투자해야만 했다. 하루 500번 한정된 자원을 써서 아직 모으지 못한 띠부띠부씰을 구해야 했기에 로손 알바 누나의 눈을 피해 빵 포장지를 이리저리 문지르며 스티커가 뭔지 확인하려 애쓰곤 했다.
당시 포켓몬빵 띠부띠부씰의 열풍은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만 불었던 것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뜨거웠다. 스티커를 확인한다고 빵을 망가뜨리고, 스티커만 챙기고 빵은 버리는 일이 곳곳에서 일어났고 9시 뉴스에 나올 정도의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처럼 포켓몬 띠부띠부씰이 친구들 사이 일종의 권력이던 시기, 친구들 사이에서 ‘왕’이 되었던 때도 있었다. 당시 포켓몬빵 포장지의 일부를 오려서 엽서에 붙여 우편으로 보내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주는 프로모션이 있었는데 덜컥 당첨이 됐다. 상품으로 받은 띠부띠부씰 수십장 중에는 ‘탕구리’가 있었는데 이게 완전 ‘초레어템’이었던 것.
그 뒤 탕구리 띠부띠부씰 보유자로서 친구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샀다. 한 친구로부터는 만원을 줄 테니 탕구리를 팔라는 은밀한(?) 거래를 제안 받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건 지금의 ‘중고나라’였고 ‘당근’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에게는 거금인 만원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끝내 팔지 않았고 그렇게 탕구리는 자랑스러운 나만의 포켓몬으로 곁에 남았다.
다만 그렇게 애지중지 모아서 액자로까지 만들었던 컬렉션은 이후 몇 차례 이사를 거치는 사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이렇게 포켓몬빵을 사고 띠부띠부씰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유년의 귀한 추억으로 남아있어 다행이다.
개당 500원이던 포켓몬빵의 가격이 2000원으로 뛰고, 포켓몬빵 하나를 사면 그 대신 슬러시도, 인형뽑기도, 치토스도 포기해야 했던 초등학생이 만원 어치 포켓몬빵을 고민 않고 구매할 수 있는 직장인으로 변한 25년 이상의 세월. 그 긴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 어쩐지 뭉클한 봄밤이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