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없었다. 남은 건 소모전 끝 무승부다.
프로야구 KT와 키움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연장 승부 끝에 6-6으로 비겼다. 정규리그 선두와 최하위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순위표와 무관하게 경기는 마지막까지 크게 요동쳤다.
양 팀 합쳐 안타 28개가 쏟아졌고, 투수 16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11회까지 이어진 총력전이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승전고의 한 걸음을 떼지 못했다.
두 팀 모두 이겨야 할 경기를 놓쳤다. KT는 선두 팀답게 기회를 연거푸 만들었고, 중심타선도 터졌다. 샘 힐리어드는 5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 3득점으로 KBO리그 데뷔 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2회 초 알칸타라의 시속 152㎞ 직구를 받아쳐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고, 2-5로 끌려가던 5회초에도 다시 알칸타라의 빠른 공을 공략해 우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두 홈런 모두 비거리 125m였다.
김상수도 힘을 보탰다. 이날 6타수 5안타 1타점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안타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최다는 4안타였다. 삼성 시절 5차례, KT 이적 후 4차례 기록했지만 5안타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장 10회 초만해도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권동진의 볼넷, 상대 실책, 최원준과 김현수의 연속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힐리어드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3루 주자 배정대가 홈을 밟으며 6-5. 멀티포에 결승타점까지 곁들이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KT는 10회 말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타선이 18안타를 때리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더 컸다.
키움도 웃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최근 5연패 기간 팀 타율 0.150에 그쳤던 빈공이다. 이날만큼은 달랐다. KT 마운드를 상대로 10안타 및 6점이나 뽑은 것. 이 중심에는 최주환이 있었다. 7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최주환은 5타수 2안타 2홈런 6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0-2로 끌려가던 2회말 1사 1, 2루에서 고영표의 초구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월 역전 3점포를 터뜨렸다. 4회 말엔 무려 12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거쳤다. 이때 다시 고영표를 상대로 우중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개인 통산 4번째 연타석 홈런이었다. SSG 소속이던 2021년 8월28일 문학 KIA전 이후 처음 나온 한 경기 연타석 홈런이기도 했다.
연장 10회 말에도 최주환이 다시 나섰다. 5-6으로 끌려가던 만루 기회에서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날 개인 6타점째였다. 키움 입장에선 5연패를 승리로 끊을 수 있는 절호의 흐름이었다.
거기까지였다. 2사 만루 기회, 김건희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몸쪽 깊은 공이 옷깃에 스치는 듯한 장면도 있었지만, 선수 본인은 물론 키움 벤치는 별다른 비디오 판독 어필 및 대응을 하지 않았다.
벤치로선 끝내기 승리를 완성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를 허무하게 흘려보낸 셈이었다. 키움은 11회 말에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그래서 더 허탈한 고척의 밤이었다. 양 팀 모두 처절했다. 키움은 연장 수비에서 브룩스가 1루수, 최주환이 2루수, 서건창이 3루수, 안치홍이 유격수로 나서는 베테랑 내야 조합까지 가동했다. 안치홍은 개인 두 번째 유격수 출장이다. 과거 KIA 소속이었던 2010년 6월19일 문학 SK전서 2루수로 선발 출전, 8회 도중 유격수로 이동한 바 있다. 서건창은 데뷔 첫 3루수 출전에 나섰다.
KT도 불펜을 연달아 투입하며 버텼다. 최고참 우규민이 타구에 다리를 맞고도 후속 플레이를 이어가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투혼까지 보였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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