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마운드가 참 멀어 보이더라고요.”
‘좋은 사람’은 티가 나는 법이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몰린다. 우완 투수 구승민(롯데)이 그렇다. 인터뷰 내내 동료들이 가만두지 않았다. 저마다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후배들은 뒤에서 장난스럽게 인터뷰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눈빛 하나하나에 애정이 가득 담겼다. 워낙 주변을 잘 챙기는 구승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쑥스러워하면서도 내심 기분은 좋을 터. 구승민은 괜스레 손사래를 치며 “오랜만에 올라와서 그런다”고 웃었다.
그만큼 반가운 피칭이었다. 지난 6일 수원 KT전서 세 번째 투수로 올랐다. 시즌 첫 출전이었다. 지난달 23일 1군에 합류했지만,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구승민이 1군 마운드에 오른 것은 지난해 9월25일 부산 LG전 이후 223일 만이다. 1이닝 세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우며 깔끔하게 매조지었다. 최고 구속 147㎞를 찍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그 정도로 올라왔을 줄은 몰랐다”면서 “이렇게 던져준다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끄덕였다.
구승민은 롯데를 상징하는 투수 중 한 명이다.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홀드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122홀드를 수확했다. 2020~2023시즌 4년 연속 20홀드 고지를 밟기도 했다. KBO리그 역대 두 번째 진기록이었다. 2024시즌부터 페이스가 떨어졌다. 2025시즌엔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특별히 아픈 곳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구위가 올라오지 않았다. 베테랑이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구승민은 “공에 힘이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되돌아봤다.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구승민은 “뭐라도 걸리라는 심정으로, 별 거 다해본 것 같다. 정말 많은 공을 던졌다”면서 “퓨처스(2군)서 코치님들과 형들이, 어떻게 보면 다 같이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으쌰으쌰 해줬다. ‘놓을까’ 생각 자체를 할 틈이 없었다”고 전했다. 진해수 2군 투수코치(불펜)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주자가 없을 때도 와인드업 대신 세트 포지션 상태로 던지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더라. 처음엔 어색했는데, 조금씩 느낌이 오더라”고 전했다.
가족의 힘도 컸다. 2군에 있는 동안 많은 시간을 보냈다. 리프레시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일례로 아내는 최대한 야구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집에서만큼은 야구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 21개월 된 딸 하루를 보는 것 역시 행복이다. “(하루가) 요새 날아다닌다. 힘도 세다”고 미소 지은 구승민은 “집에 가면 미리 (현관 앞) 중문을 두드리며 반겨준다.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내가 무너지면 가족들이 무너진다 생각하며 버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시 마주한 1군 마운드. 수없이 올랐던 그곳이 퍽 낯설게 느껴졌다. 구승민은 “(콜업 후) 바라보는데 너무 멀게 보이더라. 새삼 ‘그래, 기회 한 번 잡는 게 쉽지 않았지’란 생각이 들더라”고 솔직한 감정을 표했다. 롯데 마운드의 경우 선발(8일 기준 평균자책점 3.47·1위)과 불펜(5.73·8위)의 격차가 큰 편이다. 구승민이 제 자리를 찾으면 롯데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구승민은 “홀드니 이런 것(기록)을 떠나, 마운드에 오르는 자체가 너무 좋다”고 끄덕였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