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앞도 뒤도 힘든데 수비마저 흔들… 한화표 ‘버티는 힘’이 사라졌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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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를 믿고 던져라.” 2026시즌 초반 한화에는 이 말을 선뜻 꺼내기 어렵다.

 

모든 위기를 삼진으로 지울 수는 없다. 때로는 맞혀 잡아야 하고, 그 순간 야수들이 아웃카운트를 만들어줘야 투수도 한숨을 돌리기 마련이다. 지난해 한화는 그런 계산이 서는 팀이었다. 144경기에서 실책 86개만 기록한 리그 최소실책 팀이었다.

 

올 시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선발진은 연쇄 부상 여파로 신음 중이고, 불펜 역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보탤 수 있는 수비의 역할이 중요할 터. 그러나 믿었던 수비마저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마운드 사정이 험하다. 외국인 투수 듀오 오웬 화이트는 햄스트링 근육 파열, 윌켈 에르난데스는 팔꿈치 염증으로 각각 이탈했다. 토종 에이스 문동주는 어깨 관절 와순 손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대체 선발 및 롱릴리프 자원으로 시즌을 준비했던 엄상백도 팔꿈치 수술로 전력에서 빠졌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숫자가 현실을 보여준다. 한화 선발투수들의 소화 이닝은 5일까지 140⅔이닝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저다. 선발이 길게 끌고 가지 못하니 불펜은 일찍, 자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6.45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투수진 전체 평균자책점도 5.48까지 치솟았다. 앞도, 뒤도 모두 힘겨운 구조다.

 

그래서 더 필요한 것이 수비다. 병살 하나, 안정적인 포구와 송구 하나가 위기를 끊어낼 수 있다. 5일 광주 KIA전(7-12 패)에서 명암이 엇갈린 대목이기도 하다. 양 팀 선발이 모두 2회를 채우지 못한 난타전이었다.

 

승부처에서 흐름을 끊은 쪽은 KIA였다. 6회와 7회 초 잇달아 병살 수비로 한화의 추격세를 막더니, 이어진 7회 말 4점을 보태 승부를 갈랐다. 마운드가 흔들려도 수비가 버팀목이 되면 경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한화는 그 힘이 약해졌다. 31경기에서 실책 29개를 기록했다. 키움(3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수비율도 0.975로 9위다. 인플레이 타구를 얼마나 아웃으로 바꾸는지 보여주는 수비효율(DER)은 0.662로 최하위다. 공식 기록에 남는 실수뿐 아니라, 실책으로 남지 않았던 타구 처리 과정에서도 제법 큰 균열이 있다는 뜻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해와 비교하면 추락세는 더 도드라진다. 한화는 2025시즌 수비율 0.984로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고, 실책 역시 가장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31경기 만에 벌써 29개의 실책이 쌓였다. 단순 환산하면 144경기 기준 약 135실책 페이스다. 1년 전 최대 강점이었던 글러브가 올 시즌엔 팀의 가장 큰 불안 요소 중 하나로 바뀌었다.

 

반등을 위해선 선발진과 불펜 정비가 우선이다. 그렇다고 마운드만 기다릴 수는 없다. 투수가 힘든 날이라면 야수가 잡아줘야 할 타구를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 앞뒤가 모두 힘든 상황에서 수비마저 헐거워지면 험준한 페넌트레이스 경쟁을 버틸 여지는 더 좁아진다.

 

지난해 정규리그 2위와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적표 밑바탕에도 안정된 수비가 있었다. 독수리가 다시 날개를 펴기 위한 출발점은 결국 글러브를 다시 단단히 조이는 일이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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