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인터뷰] “베토벤 2.0, 韓 관객 마음속으로 한 걸음 더”…길 메머트 연출이 전하는 베토벤

사진 설명= 뮤지컬 베토벤의 길 메머트 연출은 이번 재연을 ‘베토벤 2.0’이라 명명하며 “한국 관객을 위한 전면적인 수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박효신·홍광호 등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1차 티켓 오픈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올여름 최고 기대작임을 입증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사진 설명= 뮤지컬 베토벤의 길 메머트 연출은 이번 재연을 ‘베토벤 2.0’이라 명명하며 “한국 관객을 위한 전면적인 수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박효신·홍광호 등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1차 티켓 오픈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올여름 최고 기대작임을 입증했다. EMK뮤지컬컴퍼니.

19세기, 소리를 잃어가는 절망 속에서도 위대한 음악을 탄생시킨 거장. 루드비히 판 베토벤의 삶이 뮤지컬 무대 위에 다시 펼쳐진다. 뮤지컬 베토벤은 오는 6월9일부터 8월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 시즌은 초연 당시 사용했던 부제 베토벤 스크릿(Beethoven Secret)을 과감히 내려놓고 작품 전반을 완전히 뜯어고친 ‘베토벤 2.0’ 버전으로 관객을 만난다.

 

◆불륜 대신 뮤즈 택했다… 한국 정서 맞춤형 재구성

 

5일 길 메머트 연출은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변화로 이야기의 재편을 꼽았다. 메머트 연출은 “유럽 문학에서는 생계를 위해 결혼한 여성이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는 삼각관계가 흔한 소재이다. 하지만 한국 관객이 이 부분에 대해 느끼는 민감도를 우리가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러한 반성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에서는 여주인공 안토니(토니) 브렌타노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와 금기된 사랑의 대상이었다. 이제 토니는 베토벤이 청력 상실의 공포를 이겨내고 예술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뮤즈이자 조력자로 그려진다. 메머트 연출은 “두 사람의 관계가 변하면서 베토벤의 내면적 갈등과 그 극복 과정에 훨씬 더 깊이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한국 관객의 눈높이에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지난 3년간 끊임없이 소통했다”고 덧붙였다.

 

극의 몰입을 방해하던 상징적인 장치들도 과감히 정리했다. 한국에서는 자동차 후진, 학교 종 등으로 익숙해져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엘리제를 위하여를 과감히 삭제한 것도 오직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에 욕조가 등장하는 오페라적 비유는 한국 관객에게 낯설다는 판단하에 보다 직관적이고 현실적인 세트로 교체했다.

 

◆엘리제 빼고 르베이 더했다… 클래식과 뮤지컬의 조화

 

음악적 변화도 파격적이다. 베토벤의 원곡 선율만 고집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에는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월광·비창·열정 소나타와 교향곡 제9번 합창의 익숙한 선율은 유지하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신곡 비중을 50%까지 과감하게 높였다. 실베스터 르베이는 엘리자벳·모차르트!·레베카를 만든 작곡계 슈퍼스타다. 덕분에 클래식의 웅장함과 뮤지컬의 대중성이 하나로 통합된 새로운 음악적 세계가 완성됐다.

 

메머트 연출은 “한국 관객이 르베이 특유의 감각적인 터치를 사랑한다는 점을 반영했다”며 “베토벤의 클래식 우주와 르베이의 뮤지컬 우주를 하나로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베토벤이 분노와 불신을 넘어 전 인류의 조화를 노래하는 9번 교향곡을 완성하는 부분이다. 독일의 시인 쉴러의 환송의 송가를 읽고 작곡에 매진하는 베토벤의 모습은 관객에게 드라마틱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해당 시는 전 인류의 화합과 환희를 노래한다. 메머트 연출은 이 장면을 위해 무대 연출과 오케스트레이션을 새롭게 다듬었으며 “베토벤의 멜로디가 현대적인 공연에서 얼마나 혁명적인 힘을 발휘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뮤지컬계 두 스타…박효신과 홍광호

 

이번 공연의 흥행을 견인할 핵심은 단연 루드비히 역의 두 배우, 박효신과 홍광호다. 길 메머트 연출은 두 배우를 “서로 정반대의 에너지를 가진 특별한 아티스트”라고 평가하며 깊은 신뢰를 보였다.

 

먼저 초연 당시 고독한 예술가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던 박효신은 이번 재연에서 더욱 깊어진 감정을 선보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제작진 및 작곡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음악적 디테일을 정교하게 다듬었다는 후문이다. 

 

메머트 연출가는 “박효신은 겉으로 보기엔 예민해 보이지만 연습 과정을 통해 내면의 강인한 힘을 증명해내는 배우”라고 평했다. 

 

새롭게 합류한 홍광호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으며 “홍광호 배우는 압도적인 무대 장악력을 가졌지만 이번 여정을 통해 그 안에 숨겨진 유약함과 인간적인 면모를 표현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홍광호는 극 중 베토벤의 연주 장면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반년간 매일 4시간 이상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는 열정을 보였다. 연출진은 그의 연습실을 방문해 실제 연주 실력을 확인하고 라이브 연주를 확정 지었다고. 이에 “배우가 직접 뮤지션으로서의 경험을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전달하려는 노력에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이 두 배우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이번 공연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머트 연출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뮤지컬 베토벤이 던지는 예술의 가치에 대해 언급했다. 메머트 연출은 “베토벤은 당장의 박수와 사랑을 갈구하기보다, 자신의 고통을 음악에 담아 미래를 향한 새로운 차원을 열었던 예술가”라고 정의했다. 이어 “예술은 단순히 삶의 장식품이 아니라 투쟁의 산물”이라며 “제작사가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시 도전한 용기를 높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베토벤은 지난달 1차 티켓 오픈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메머트 연출은 “성공에 연연하기보다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작품을 만들 것”이라며 “관객들이 베토벤의 혁명적인 멜로디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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